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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은 늘 옳아...모든 평가 겸허하게” 다시 매만진 ‘광주’ 역사현장 광주로
고선웅 연출 “5·18은 현재진행형
제3자 시선으로 본 광주의 진실”
초연 수정...15~16일 빛고을 무대에

일종의 ‘문제작’이었다. “제작팀에서 관객 리뷰를 일일이 읽어줬어요. 자존심도 상하고, 상처도 받았죠.” 지난해 10월 초연한 뮤지컬 ‘광주’. 1980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연극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다수의 히트작을 선보인 공연계의 걸출한 스타 연출가 고선웅(사진)의 손에서 태어났다. “멘트가 자비는 없었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어요.” 최근 만난 고선웅 연출가는 “관객은 늘 옳다”며 “모든 리뷰를 냉정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아물지 않은 광주의 아픔은 편의대의 합창에서 시작된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에 침투한 사복 군인을 일컫는 편의대원은 민간인 폭력을 부추기는 임무를 맡았다. “편의대원이 가발 변장을 하고 차례로 들어갔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군의 투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왜곡된 논리를 유포하는 편의대원 박한수는 광주의 한복판에서 처절하고 통렬한 반성을 이어간다. 관객의 생각은 달랐다. 대다수의 관객들이 광주를 향한 짙은 비극과 슬픔을 기대했다. 광주 시민이 아닌 외부인 편의대원이 극의 중심에 선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리뷰가 적잖았다.

고름을 닦아내듯 매만진 ‘광주’는 지난달 서울에서의 공연을 마쳤고, 오는 15~16일 광주(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도록 “조금 더 간결하고, 친절하게” 서사를 손봤다. 공연은 “대다수가 동의하는 주제와 형식,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보편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지친다”는 고 연출가의 신념이 바탕이 됐다.

극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편의대원이 중심에 선 설정, 슬픔을 비극적으로 그리지 않는 고선웅 연출가의 정서는 그대로 이어졌다.

“엄숙주의의 관점으로 40년이 지난 사건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5.18은 과거사인데,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노력을 폄훼하고 왜곡하기에 여전히 진행형인 거죠. 전 그게 속상하더라고요. 광주 자체를 인정하면서 편안하게 볼 수는 없을까 싶었어요.”

고 연출가는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을 다양하게 그려왔다. 연극 ‘들소의 달’(2009)을 시작으로 ‘푸르른 날에’(2011), ‘나는 광주에 없었다’(2020)까지. ‘광주’는 5.18을 소재로 한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하나의 소재를 다양하게 변주한 만큼 비슷한 공식을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광주를 소재로 할 때는 늪에 빠지기 쉬워요.”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고 연출가의 주특기인 슬픔에 빠지지 않는 정서를 작법에 담았다. 고선웅의 작품들은 슬픔을 강요하지 않고, 신파를 거부한다. 그저 관객에게 모든 감정을 맡긴다.

“슬픔을 슬픔으로 표현한다면, 지난 40년 동안 광주를 표현한 방식과 결을 같이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슬픔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보자는 접근을 한 거예요. 그게 제 3자의 시선이었어요.” 편의대원인 주인공 박한수는 제3자의 시선으로 광주를 바라보고, 오랜 세월이 흘러 그곳의 진실을 꺼내놓는다.

켜켜이 쌓인 비극을 품은 5월의 광주에선 봄을 기다린다. “보통 3~4월이면 봄이 오지만, 광주에선 봄이 오지 않았다”고 고 연출가는 말한다. “독재가 있는 봄은 봄이 아니에요. ‘광주’ 안에서의 봄은 민주의 봄을 말하는 거예요.” 다시 찾아온 ‘광주’는 피 끓는 슬픔이나 장엄한 비극을 드러내지 않는다. 고 연출가는 단지 “광주에 그들이 알리고 싶은 진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진행형이 돼선 안 되는 엄연한 진실이에요. 그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뿐이에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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