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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故 정진석 추기경 병상 마지막 글…“기적처럼 의식 회복, 아직 부족한 제가 할 일이”
고(故) 정진석 추기경 [연합]

“저는 지난달부터 병원에 입원한 후 몇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러고는 주님의 은총과 많은 분들의 기도의 은덕으로 정말 기적처럼 다시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주님 안에 안식하는 것이 저에게는 큰 은총이지만 아직 부족한 제가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월 말 서울성모병원에 입원, 3월 1일 위독한 상태였던 정진석 추기경은 며칠 후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온전한 의식을 찾은 은총에 감사하며, 자신에게 뭔가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신학생 시절, 사제에 대한 확신이 없던 때 그를 빛으로 인도한 책 ‘종군 신부 카폰’을 새로 펴내는 일이었다.

정 추기경은 바로 며칠 전, 병상에서 6·25 전쟁 당시 평안북도 벽동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6·25 전쟁의 성인’으로 불린 카폰 신부의 유해가 70여년 만에 확인됐다는 소식을 접한 터였다. 정 추기경은 생애 마지막이 될 책의 편집에 참여하고, 직접 서문을 썼다.

정 추기경은 서문에서 카폰 신부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카폰 신부님의 신원이 확인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셨다고 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쁩니다. 카폰 신부님과 저는 책을 통해 만난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신학생 때인 1956년, 카폰 신부님의 영문판 책을 번역하는 작업이 저에게는 사제의 길에 대한 확고한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카폰 신부는 특히 6.25전쟁에 참전했던 정 추기경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주었음을 전했다.

“저도 6·25 전쟁을 겪었습니다. 그때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때마다 죽음에서 구해 주신 하느님의 뜻을 생각했습니다. 이후 미군 통역관으로 복무하면서 카폰 신부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 추기경은 이어 “‘종군 신부 카폰’을 번역하면서 “카폰 신부님의 몫까지 두 배로 충실한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다짐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면서, “오늘도 병상에서 카폰 신부님의 시복 시성을 위한 기도를 바칩니다”고 썼다.

정 추기경은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라며, 읽는 이들이 카폰 신부님의 시복, 시상을 위해 많은 기도를 해주시길 부탁했다.

정 추기경은 이 서문을 3월10일 쓰고 서명했다. 4월 27일 선종한 정 추기경의 유작 ‘종군 신부 카폰’은 6월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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