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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료 폭탄의 비밀②] 조작・위조・갈취도 서슴없이…양심 버리는 병원들
허위 기록으로 보험금 청구
재판매 목적 약처방도 방관

‘비급여진료’ 가격기준 없어
병원별 격차 수 백배도 예사

결국 보험사·계약자가 부담
병원 땅 짚고 헤엄치는 구조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A병원은 1200만원 상당의 성기능 개선 목적 시술 패키지를 설정해 두고 환자들을 끌어 모았다. 전립선비대증 등의 질병치료를 받은 것처럼 병원 진료기록을 조작하면서 환자는 비급여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

#서울 소재 B병원은 5년간 C(60대·여)씨에게 영양제 7400만원, D씨(60대·남)에게는 영양제 5100만원 어치를 투여했다. 둘 다 증상은 섬유근통, 이명, 구내염 등이었지만 B병원은 치료 대신 미슬토(면역 주사), 세포면역주사제 등의 영양제만 처방했다. 통원의료비 한도 10만원을 전액 보상받기 위해 당일 입원을 반복하면서 C와 D는 5년간 각각 169일과 117일 입원했다.

#E(20대·여)씨는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통원치료를 23회 가량 받으면서 보습크림을 모두 68개(204만원) 처방 받았다. 비용은 모두 실손보험으로 처리한 후, 대부분의 보습크림을 중고마켓에서 재판매했다. 병원은 E씨의 지속적인 보습크림 요구에도 다른 치료없이 반복 처방해줬다.

실손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사적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수치료, 영양제 등 비급여는 보험수가가 정해져 있지않아 급여 대비 의료관리체계가 미흡하다. 일부 의료기관과 가입자들이 이같은 구조적 한계점을 악용하면서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수치료, 백내장 등 비급여 진료비는 의료기관마다 천차만별이라 환자들마저 혼란에 빠트렸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도수치료 비용은 최저 1000원에서 최대 50만원으로 무려 500배 차이가 났다. 심지어 종합병원에서는 3000원을 받지만, 동네 의원에서는 최고 3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백내장을 위한 눈의 계측 검사비도 최저 7500원부터 최고 100만원까지 약 143배 차이가 났다.

통증 치료에 이용되는 체외 충격파의 진료비는 무려 2000배 차이가 났다. 100원(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에 제출한 자료로 유선 확인)을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동급 의원이지만 20만원을 받기도 했다.

어깨 통증 때문에 병원 진료를 자주 받는다는 한 환자는 “어차피 실손보험 청구할건데, 3만원하는 도수치료랑 30만원하는 도수치료 중 어느 곳에서 받아야할지 판단이 안선다”면서 “치료를 받는 건데 비싼 데가 좋은 곳이라고 봐야할지 늘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실손보험에서는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손보 상위 5개사에서만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3년 만에 2조4613억원 늘었다.

특히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에 지급한 보험금이 2조9902억원으로 전체의 41.2%를 차지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50.5%늘었다.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은 그야말로 폭증했다. 2017년 881억원에서 2020년 4101억원으로 3년간 약 5배 증가했다. 백내장은 국내에서 수술 건수가 가장 많은 수술로 꼽힌다. 40~50대에서 인구수 증가율 대비 백내장 수술 건수가 급증하고 있어 과잉진료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급여 이용 증가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 치솟는 가운데 오는 7월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다.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할증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표준약관 등 제도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진행하고 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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