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analysis)’이란 용어는 기원전 340년께 아리스토텔레스가 논리학을 사고 형태의 분석이라는 의미로 ‘분석론’이라 명명한 데서 유래됐다.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눔’이라는 사전적 정의처럼 분석은 철학에서 시작돼 현재 거의 모든 학문과 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분석은 물질 또는 개체의 화학 조성·물성·구조 또는 형태를 측정하는 수단으로 정의되며, 정립된 측정 과정이나 개발된 측정도구 및 측정장비를 이용해 단위 요소의 존재 여부 및 그 양을 확인하는 과정을 분석이라 한다. 음주 측정 결과에 오류가 있을 때 유·무죄 판결에 오판을 불러올 수 있는 것처럼 분석 결과는 정확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분석에는 시료 준비 과정 및 분석기기 자체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원의 오류관리가 필요하며, 정확도 및 정밀도가 검증돼야 한다.

분석과학은 물질의 특성을 측정하는 수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과학 분야로, 측정뿐만 아니라 측정 결과의 해석, 측정방법 연구 및 측정도구의 개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시료의 화학 조성이나 특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러한 매개 변수를 이해하고, 이 정보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발전시키는 플랫폼이다.

범죄 현장에서 DNA가 존재하는지, 누구의 DNA인지를 조사하거나 식수가 대중이 소비하기에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72개 항목의 유해영향 요소가 분석된다. 의약품은 인간이 섭취하기에 안전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독성 중금속의 포함 여부는 물론이고, 잘못된 구조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올바른 약물분자가 생산됐는지까지 확인을 거친다. 이처럼 분석과학은 식품, 법의학, 환경모니터링, 제약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과학 분야에서도 필수다.

새로운 분석기술의 개발은 종종 대중의 관심에 의해 주도되기도 한다. 바이러스 감염 여부 조기 진단을 위한 휴대 가능한 저비용 진단키트, 특정 성분에만 감응하는 센서를 이용한 혈당측정기, 임신진단키트, 알코올측정기, 당도측정기의 개발 역시 전문적인 실험실에만 국한됐던 분석 측정을 의료인·환자·농업인 등 비전문가도 수행 가능하도록 한 분석과학의 성과다. 분석과학의 영향은 많은 산업 응용 분야에서도 필요하다. 분석과학이 없다면 현대과학기술 발전은 불가능할 것이며, 소재 분야, 의·생명 분야 및 환경 분야의 과학기술 혁신은 중단될 것이다. 분석과학은 연구·개발(R&D) 혁신의 동력으로써 생활의 편리성 향상을 넘어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분석과학자는 숙련된 분석전담자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국가 R&D 100조원 시대를 맞아 선도적인 R&D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분석과학자의 양성과 위상 제고가 시급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올해 처음 분석과학 마이스터제도를 도입하고 마이스터를 선정, 분석과학 역량 제고 및 분석과학자 양성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축적된 노하우를 전파하고자 ‘분석과학 마이스터’를 선정하고, 분석과학 교재 집필, 분석기술의 표준화 및 분석과학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해 국가분석과학 역량 강화를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황금왕관을 부수지 않고 순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낸 아르키메데스가 너무나 기뻐 목욕탕에서 뛰쳐나와 벌거벗고 대로변을 달리며 외친 ‘유레카(알아냈다)’. 분석과학 마이스터활동 활성화를 통해 과학기술 발전과 혁신을 위한 연구 현장에서 이 외침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석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