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비즈] ESG 투자 확대, 더욱 중요해지는 '공시'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초기 자본주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기반으로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였다. 이후 부의 집중, 노동 문제 등의 시장 실패를 정부의 개입을 통해 보완하자고 하는 케인지언 중심의 후기(수정) 자본주의 체계가 등장하였다. 후기 자본주의의 과도한 정부 개입 등으로 인한 정부 실패에 대한 반발로 시카고 학파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학파가 등장하였다.

이렇게 자본주의는 내재적 모순을 보완하면서 발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ESG는 기후변화 등과 연관된 환경(Environment)과 인권, 노동 등과 연관된 사회(Social) 및 이사회 등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정량적인 재무적 정보와 함께 비재무적 정보인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를 'ESG 투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ESG 투자란 환경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기업은 ESG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거나 최고환경책임자로 구성된 친환경협의체 등을 출범시키고 있고 노사공동 ESG 선언식을 통해 ESG 핵심과제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이 견조한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모 금융회사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기준 ESG 등급을 공시한 기업 151개의 주가 수익률은 평균 4.2%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 -0.6%를 크게 웃돈다고 한다.

그간 녹색금융, 지속가능금융 등 금융이 지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로 수 백여 개의 ESG 펀드가 설립되었다. 운용사들은 기업에 배출가스 감축을 압박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금융이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것 같다. 이론적으로는 펀드가 기업의 탄소 순배출 총량 등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하나 현재 공시는 그렇게 정교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을 산출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 등이 그 이유 등으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ESG 투자 확대에 따른 정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금융이 제 역할을 하려면 ESG 관련 공시가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도 공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TCFD(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20개국(G20)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의 협의체로 구성된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기후 변화에 따른 재무적 영향 관련 정보 공개를 목적으로 2015년 창설한 국제기구-는 2017년 7월 공시 관련 권고안(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측정 지표 및 목표로 구성)을 발표하였다.

유럽연합(EU)도 3.10일부터 EU 역내 금융서비스 부문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FDR)를 적용한다. 유럽에 펀드 등 금융상품을 판매 중이거나 계획에 있는 국내 운용사들은 공시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2019년 최초 발간 기업 123개사를 포함해 총 259개사가 비재무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다수의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2019년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최근 기업 부담 경감과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시장참여자들이 기업경영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된 ESG 환경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시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큰 축으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