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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비타민A와 뇌 건강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현대인들은 비타민이 많이 든 음식이나 영양제를 꾸준히 먹으려 노력한다. 건강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나이와 성별에 맞춰 특정 성분이 강화된 비타민과 보충제들을 선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비타민C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없음이 임상연구를 통해 밝혀졌으나 면역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또한 만성피로와 숙취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비타민주사’로 불리는 수액요법에 한 번쯤 눈길이 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액요법과 같은 정맥주사는 환자 상태, 기저질환, 복용 약물과의 반응 등을 고려하는 의료진에 의해 적절히 수행돼야 한다.

비타민은 체내 합성이 되지 않고, 합성되더라도 그 양이 충분치 않으므로 적당한 복용량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챙기는 좋은 습관으로 생각된다. 비타민은 각각의 종류에 따라 성장촉진, 시력유지, 에너지대사 조절, DNA핵산 합성, 칼슘흡수, 활성산소 제거, 혈관보호, 혈액응고, 노화방지, 면역기능 향상 등 우리 몸의 다양한 기능이 원활히 수행되게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최근 비타민A(레티놀)의 유도체인 레티노산(비타민A가 몸속에서 변형되는 물질)이 뇌기능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새로운 연구결과가 눈에 띈다.

‘소우주’라 불리는 우리 뇌가 올바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 간 정확한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신경세포 간 소통은 ‘시냅스’라는 연접 부위에서 일어나는데, 시냅스는 새로운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강화되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해 감소하는 등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는 변화를 보인다. 또한 시냅스의 손상은 인지 및 운동 기능 이상을 초래하며 알츠하이머, 파킨슨, 자폐증, 조현병 등 다양한 뇌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기술적·윤리적 제약으로 대부분의 뇌세포 연구는 동물 모델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사람 뇌세포가 유사한 형태의 시냅스 가소성을 보이는지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레티노산이 시냅스의 구조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독일 프라이부르크의대 연구진은 일상적인 뇌수술에서 채취한 사람 뇌조직 샘플을 인공뇌척수액 속에 담가 유지하면서 레티노산을 6~10시간 투여했다. 이후 전기 활성기록과 현미경 기술을 이용해 시냅스 기능과 구조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레티노산을 처리한 뇌신경세포에서 시냅스의 활성이 대조군에 비해 강화됨을 확인했으며, 시냅스의 크기도 커졌다. 또한 시냅스 강화에 중요한 시냅토포딘 단백질도 레티노산을 처리한 신경세포에서 증가했다. 이 같은 긍정적 효과는 레티노산을 처리한 마우스의 뇌세포에서도 재현됐다. 레티노산은 사람과 생쥐의 뇌신경세포 활성을 공통적으로 증가시킨다고 할 수 있다.

레티노산은 기존에 주름개선과 일부 항암치료의 목적으로 처방돼왔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레티노산이 뇌로 들어가면 신경세포의 활성에도 긍정적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마지막으로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몸에 좋은 비타민도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섭취해 부작용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계주 한국뇌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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