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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사라진 ‘실검’과 웹 창시자의 ‘경고’

지난달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장애와 네이버 일부 서비스 오류가 발생했다. 일상에서 즐겨 쓰는 기능들이 막히자 사용자들은 당장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해당 문제가 특정 소수에게만 나타난 것인지, 같은 시간대 다른 사람도 겪고 있는지 혼란도 따랐다. 현 시간 이슈를 즉각 파악할 수 있었던 ‘실시간 검색어(실검 혹은 급상승 검색어)’가 사라진 뒤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털 ‘다음’에 이어 네이버도 2월 25일자로 16년간 서비스해온 실검을 폐지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 실검 공백 후유증이 나타났다. 수많은 사용자가 실검을 부활해 달라는 요청을 쏟아냈다.

양대 인터넷기업이 실검을 없앤 것은 실검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앞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검의 대표적 순기능은 ‘실검 민주주의’다. 이용자 개개인의 관심사가 모여 실검으로 표출되고 이것이 이용자 중심의 의제 설정 기능을 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대중의 관심사를 즉각 보여줘 실검이 사회의 현상을 비추는 ‘거울’ 역할도 했다.

하지만 기술에는 늘 양면이 따르는 법이다. 실검에 특정 목적이 반영되면서 역기능이 나타났다.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려는 세력 간 갈등은 ‘실검 대결’로 번졌다.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띄우기 위한 ‘실검마케팅’이 난무하며 ‘진짜 실검’을 가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결국 일부 이용자의 선을 넘는 행태가 실검을 없앤 꼴이 되고 말았다. 실검 폐지로 인한 불편과 혼란도 고스란히 전체 이용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앞서 스포츠·연예 기사에 달리던 댓글이 사라진 이유도 지나친 악플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향한 인신공격성 댓글이 사회문제로 심화되면서 이용자의 목소리가 기록될 인터넷상 또 다른 공간이 막혔다. 여기에 음식점·상점 등에 대한 별점 리뷰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네이버는 3분기 중으로 별점이 사라진 자리에 사용자 반응을 키워드로 묶어 태그 형태로 보여줄 계획이다. 리뷰 시스템이 사용자 평가를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악의적인 리뷰가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탓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대중이 즐겨 쓰던 기능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가 2년 전 던진 경고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영국의 컴퓨터과학자로 2019년 ‘웹 탄생’ 30주년을 맞아 웹 문제점 해결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당시 서한에서 버너스리는 오늘날 웹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가장 먼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의도를 담고 있는 행위를 지목했다. 각종 해킹 공격과 함께 온라인상 인신공격이 대표적이었다. 또 클릭을 유도하는 광고 기반 수익모델과 잘못된 정보·의도가 담긴 바이럴 방식의 폐해를 지적했다. 인터넷에서 사라져간 서비스들의 역기능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 30년간 인터넷의 순기능을 끌어낸 동력도, 역기능을 초래한 원인도 모두 사용자에게 있었다. 앞으로도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소외된 사람을 대변해줄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노력이 절대적이다. 이런 노력을 포기한다면 인터넷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웹 창시자의 호소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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