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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미래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준비할 골든타임

드디어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가 다음달 출고된다. 이후 지상·비행시험으로 안전성과 성능이 입증되면 미래 한국 영공을 지키는 주력 전투기가 된다.

해외 전투기는 제작국 허락 없이 핵심 장비에 함부로 손댈 수 없을뿐더러 성능 개량도 우리가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기술 통제도 심각하고 기술 도용 의혹을 내세우며 부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 공군은 제작국과 업체의 ‘갑질’에 노출돼왔다.

KF-X로 국산 플랫폼을 갖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만큼 전투기 성능을 확장하고 핵심 장비도 국내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개발 중인 공대지 유도탄이나 개발 예정의 공대공·공대지 국산 무장도 독자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 우리 공군과 제작사는 KF-X를 ‘4.5세대 전투기’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러나 내부무장창 등을 적용하면 매우 적은 노력으로도 ‘스텔스’5세대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 1975년 저가형 경량전투기로 등장한 ‘F-16’은 지속적인 성능 개량으로 미들급 다목적 전투기로 발전해 지금까지 무려 4600대 이상 제작됐다. 이는 KF-X에도 적용 가능하다. KF-X의 더욱 큰 의미는 바로 차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5세대 전투기 양산에 돌입했고, 미국이나 유럽 등은 이미 6세대 전투기를 구상하고 있다. 4차 산업기술이 북한까지 확산되면 위협은 더 커지고 미래 전장에서 우리는 더욱 커다란 도전을 맞을 것이다.

여기서 대한민국이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역량은 ‘항공력’이다. 공군력 강화와 KF-X 개발로 확보된 연구인력 및 인프라를 지켜내는 것도 역량을 양성하는 일이다. KF-X 직후는 5세대 전투기 완성을, 그 후에는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이뤄낼 수 있도록 미래 항공전력을 준비할 때다. 미래 전투기 개발 로드맵은 주요 핵심 기술의 성숙도뿐 아니라 공군의 미래 비전인 ‘퀀텀 5.0’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1단계는 KF-X의 점진적 성능 확장이다. 기존 사양의 성능을 강화해 기동성과 전투 행동반경을 높이고 생존성을 강화하며 신형 국산 무장을 체계 통합해야 한다. 2단계는 스텔스 전투기로의 진화다. KF-X에 내부무장창을 달고 항전 센서를 내장하며, 스텔스 능력을 강화해 공군이 원하는 LO급 스텔스 5세대 전투기로 개량한다. 3단계는 6세대 전투기 또는 유·무인 복합전투기 플랫폼의 개발이다. 모자이크전과 지능화전쟁 등으로 가속되고 있는 미래 전쟁을 준비하려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러한 미래는 정부나 업체 혼자 준비할 수 없다. 민·관·군·산·학·연 모두가 전투기 개발 개념을 논의하면서 미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현 무기 체계 획득구조에서는 군이나 정부의 소요 제기 없이는 연구개발조차 불가능하다. KF-X사업 연구인력과 전투기 개발 노하우가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KF-X 시제 1호기 출고를 앞둔 공군과 제작사 관계자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그러나 근시안적이었던 우리 획득정책을 생각하면 힘들게 일군 전투기 개발역량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우려된다. KF-X는 미래 전투기를 위한 시작이지, 완성이 아님을 기억했으면 한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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