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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항공, 기안기금 유용 의혹 ‘도마’
에어서울·부산에 600억 대출
지난해 영업현금흐름 적자로
내부 잉여자금 마련은 어려워
산은 “자체 자금...증빙도 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속도내는 대한항공 [연합]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에 자금을 대여해 유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안기금은 계열사 지원이 금지된 돈이다. 돈을 빌려준 산업은행은 대여금 재원이 기안기금이 아니라 자체자금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영업현금흐름이 적자인 아시아나항공이 어떻게 대출금 재원을 마련했는지는 미지수다.

아시아나항공은 300억원 규모의 에어부산 영구전환사채(영구채)를 인수하고, 에어서울에도 300억원을 대여한다고 23일 각각 공시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1969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비상장사인 에어서울도 지난해 사상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9월부터 기안기금으로부터 2조400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산업은행법 29조의5에는 ‘기안기금 지원금을 배당, 자사주 매입, 고소득 임직원 보수 인상, 계열사 지원 등 자금지원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보증해 조성하는 자금이니만큼 지원금이 다른 곳에 유용되지 않도록 용도를 명확히 한정하고, 도덕적 해이를 막자는 취지다.

금융위는 지난해 5월 기안기금 출범 당시 “계열사 지원 금지는 기안기금 지원을 받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조치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라며 “위반 시 즉각 시정을 요구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가산금리 부과 및 지원자금 회수 등 조치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산은은 아시아나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지원한 자금은 기안기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기안기금이 아닌 아시아나 자체 자금은 지원해도 문제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라며 “증빙을 통해사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돈에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기안기금을 계열사 지원에 전용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운영비에 자체 자금을 쓰는 대신 기안기금을 사용하고, 자체 자금은 계열사 지원에 쓰는 식이 가능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계열사를 지원할 자금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영업손실(별도 기준) 631억원, 당기순손실 3975억원을 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3449억원이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2·3·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 기간에도 영업활동 및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계속 마이너스였다.

기안기금으로 경영정상화 기틀을 마련한 아시아나항공이 계열사 지원을 할 경우 다른 LCC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코로나19로 국내 모든 LCC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으며,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기안기금은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의 기간산업에만 지원되며, 기안기금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LCC 중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두 곳 뿐이다. 하지만 엄격한 지원 조건 탓에 현재까지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은 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두 곳에 불과하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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