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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탈플라스틱·자원순환 시작은 ‘종이’

올해의 화두는 단연 ‘친환경’이다.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가치소비’ 풍조도 그 분위기에 올라탔다.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일회용품 과다사용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우리 사회가 떠안은 숙제다. 해외 각국들은 탈(脫)플라스틱을 선언하고 스티로폼·비닐백·페트병 등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동시에 알루미늄과 비닐 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 한창이다.

이 중 가장 각광받는 플라스틱 대체제는 ‘종이’. 종이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소재 중 하나로,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성이 월등히 높다.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고 자연분해가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외 산업계도 플라스틱 포장을 친환경 용기로 대체하려는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플라스틱 병을 대체할 수 있는 종이 콜라병을 개발해 올 여름 출시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선 패키징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서적 등의 비닐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는 투명 종이포장재 개발과 생산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와 기업들의 비즈니스적 동기가 공존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플라스틱사용 줄이기 정책이 힘을 받고 있다. 기업들의 친환경 포장재 도입도 활발하다. 문제는 아직 친환경 및 자원재활용에 대한 명확히 기준이 없다는 것. 이런 탓에 종이의 플라스틱 대체성이 100%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행정 예고한 ‘분리배출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개정안을 보자. 개정안은 포장재에 타 재질이 도포 또는 첩합돼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분류될 경우 별도표기를 통해 일반폐기물로 배출하도록 했다. 소비자단체와 관련 업계는 당혹스러웠다.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게 되면, 자원순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다행히도 개정안은 확정고시 전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중이다.

올바른 분리배출을 돕고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은 공감 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재질이 복합된 소재도 그 구성에 따라 재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간과됐다. 실제 제지업계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절감을 위해 플라스틱의 일부를 종이로 대체하는 복합소재를 개발했으며, 해당 소재는 분리배출을 통해 높은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지사의 기존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과 종이로 분리돼 각각 보조에너지원과 재활용 소재로도 사용된다. 나아가 제지업계는 종이가 플라스틱의 완전한 대체제가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과도기의 혼란은 인정할만 하다. 그러나 진정한 탈플라스틱 시대로 진입하려면 지금, 규제 일변도보다는 친환경 소재 개발에 대한 지원과 관심, 합리적인 정책이 더 요구된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 개발은 정부와 기업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에서 시작된다.

김철환 한국펄프·종이공학회 회장(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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