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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들 개발인력 구인난·연봉경쟁에 시름
2000년대 중반 닷컴거품 꺼지며 IT인력 수요 급감
“격무 시달린다” 속설에 젊은층 기피현상 심해져
컴퓨터공학과 2011년까지 신입생 미달도 부채질

메이팜소프트의 올해 최대 과제는 개발자 충원. 이 회사 민윤정 대표는 “개발자들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중역 한 명과 개발직원 3명 정도를 더 충원할 것”이라고 했다. 쉽지 않은 숙제다. 스타트업업계의 개발자 구인난과 연봉인상 경쟁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 구인난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시작됐다. 업계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개발자는 10년 안팎의 경력이 있는 이들. 그러나 이 정도 경력을 갖춘 ‘양질의 개발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 없다. 2000년대에는 닷컴버블이 꺼지는 것을 목도하며, 교육당국의 IT인력 양성의지도 수그러들었던 탓이다.

대표적인 게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신입생 미달사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미달이 이어졌다. 당시 이공계 우수인력들은 학부 입학 후에도 대입 시험을 다시 보거나 편입,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진로를 바꾸기 일쑤였다. 여기에 퇴근과 휴일이 없을 정도로 IT 개발자들의 근무강도가 강하다는 점이 이슈가 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은 더해졌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며 IT인력 수요는 증가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근무여건도 인력수요가 느는데 일조했다.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는 기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그만큼 개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됐다.

이런 수급 불일치로 개발자 연봉인상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미 개발자 초봉이 5000만원을 넘어 6000만원을 넘보는 시대가 됐다. 연봉에 더해 수 년 간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는 사이닝보너스를 적용하기도 한다. 카카오커머스는 올해 개발자 공채 합격자에게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개발자 연봉인상 경쟁을 두고 업계에서는 시선이 두개로 갈린다. 하나는 대기업에서 불붙인 경쟁이 스타트업까지 옮겨 중소기업의 개발자 구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개발자들이 대기업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중소기업은 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그동안 격무에도 불구하고 처우가 미흡했던 개발직군의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는 수준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벤처거품이 꺼진 이후 개발자들은 외주 개발사 등에서 격무, 박봉 등을 감내해야 했다. 이후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이 대두된 2010년대 중반까지 10여년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게 개발직군의 항변이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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