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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브뤼셀, 공공외교의 뉴프런티어

한국과 벨기에는 23일 수교 120주년을 맞는다. 제국주의 침탈 속에서 벨기에식 중립화를 꿈꾼 대한제국은 1901년 3월 23일 벨기에와 ‘우호통상 항해 조약’에 서명했다. 이후 벨기에와의 관계는 꾸준히 발전했다. 벨기에는 한국전쟁에 연인원 3500여명을 파병했고,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을 때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투자조사단을 파견한 ‘고마운 우방’이다. 역사적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양국관계는 외교,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소홀한 분야 없이 순항하고 있다.

수교 120주년을 맞은 현시점에서 새로운 영감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는 ‘공공외교’일 것이다. 특히 벨기에 수도 브뤼셀이 공공외교에서 갖는 독특한 의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브뤼셀은 유럽연합(EU)의 심장부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가 있는 곳이다. 서구사회의 담론과 국제규범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즉 브뤼셀에서 우리의 정책, 문화, 매력을 알리는 공공외교는 벨기에 국민뿐 아니라 유럽, 나아가 세계에 우리를 알리는 일이 된다.

EU의 정책 결정구조는 이미 개별 회원국보다 브뤼셀이 중심이 되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변화했다. 우리가 직접 영향받는 실질 협력 분야는 특히 그렇다. 통상 문제뿐 아니라 백신, 기후변화와 탄소경제, 디지털 규제, 기업 결합, 보조금 심사 등 많은 영역에서 EU 회원국의 정부 기능이 브뤼셀에서 수행된다. EU 기관에 근무하는 27개 회원국 출신 5만여명의 공무원, 외교단, 언론, 유럽의회 의원 등이 구성하는 브뤼셀 커뮤니티는 외국인이 20% 이상을 차지한다. 브뤼셀 구성원의 또 다른 특징은 국경 없이 수시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브뤼셀에서 이뤄지는 한국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와 한국문화의 매력이 거의 실시간으로 유럽 전역에 투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은 끊임없이 혁신하는 ‘ICT강국’이자 ‘방역모범국가’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영화 ‘기생충’, 그룹 ‘BTS’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의 활력은 유럽인들에게도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EU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탄소중립 선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개인정보보호 수준 격상 등 전향적 조치를 취한 것도 호평받고 있다. 여기에 유럽인들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관심이나 양측이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그린뉴딜 협력이 더해질 때 정책 공공외교의 핵심 메시지가 만들어진다. 유럽은 전통적 선진권역이다. 일반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노동, 기후 문제 등이 중요한 외교과제가 되고 있고, 시민사회가 상대국의 엄격한 이행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철저한 정책 공공외교 준비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 대사관은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을 맞아 대사관 내에서 브뤼셀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코리안 미디어 아트월’을 설치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ICT강국의 장점을 살려 비대면 방식을 통해 우리의 메시지와 문화를 유럽인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돼 유럽인들이 스크린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했다는 메시지를 접하게 되는 그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윤순구 주벨기에대사 겸 EU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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