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은 安 밀어주기…劉는 吳캠프서 역할
黃 백의종군…YS생가 찾고 박형준 대면
홍준표 무소속 의원.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보수 야권의 잠룡들이 4월 재보궐 선거 정국에서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다. 보선 다음 라운드인 대선에 앞서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김종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을 저격하는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를 적극 밀어주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는 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뛰고 있다. 잠행을 이어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최근 '백의종군'을 선언한 후 독자 행보에 나섰다.
홍 의원이 단연 돋보인다. 홍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안 후보를 계속 띄우고, 안 후보와 악연인 김 위원장을 거듭 저격하고 있다. 그는 전날 안 후보가 "김 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김 위원장의 몽니에 굴복하는 것은 훌륭한 책략이 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승리가 아니라 안 후보의 포용"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안 후보를 중국 한나라의 명장 '한신'에 비유키도 했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건국한 한신은 젊은 시절 동네 폭력배가 길을 막아선 후 "용기가 있으면 나를 찌르고, 용기가 없다면 내 가랑이 밑을 기어 지나가라"고 하자 태연히 가랑이 밑을 기었다. 이 일화로 인해 '큰 뜻을 품은 사람은 작은 부끄러움을 감수한다'는 뜻의 과하지욕(袴下之辱)이란 고사성어가 탄생했다. 홍 의원은 "늘 머뭇거리던 안 후보가 이번에는 전격적으로 '김종인 안(案)'을 수용한 결단을 높이 산다"며 "나를 버릴 때 기회가 온다. 고맙다"고 호평했다.
그는 앞선 SNS에서는 "단일화 협상에 장애가 되는 김 위원장은 제발 좀 빠지고 (오·안)두 후보에게 맡겨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몽니로 그 좋던 야당 서울시장 보선 분위기가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것은 소인배 정치에 불과하다"며 "상대는 더불어민주당인데, 같은 야권 후보를 비방하는 것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소인배 정치"라고 일갈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하며 심술을 부렸다"며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마지막까지 몽니 정치를 하려는가"라고도 했다.
홍 의원은 최근 일명 '인싸앱'으로 통하는 클럽하우스 계정도 만들었다. 클럽하우스는 한 주제를 놓고 사람들이 모여 음성만 갖고 대화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특히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수 색채가 짙은 그가 중도·무당층 비율이 큰 20·30대를 콕 집어 공략하기 위해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 |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오 후보를 위한 물밑 지원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근처에 '희망 22' 캠프를 차린 후 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행보를 비판해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선대위 발대식에서 "지난 5년간 선거에서 많이 졌다. 끔찍한 5년을 보냈다"며 "5연패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오 후보가)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꼭 이기고 본선에서도 승리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SNS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 후보가 '시장이 되면 1주일 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한 공약이 시장의 큰 호응을 얻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며 오 후보의 핵심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유 전 의원은 곧 한국 정치와 사회, 경제 문제에 대한 책도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애초 더 빨리 책을 펴내려고 했으나 구성·내용을 다듬고 보강하는 과정에서 출간 시기가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연합] |
백의종군 뜻을 밝힌 후 아무런 직 없이 일부 측근들과 활동하고 있는 황 전 대표는 최근 SNS에서 "4·7 재보선이 야만의 정치를 끝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미력이지만 저부터 일어나겠다. 용기를 내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문 정권에 대한 공분을 나누고 희망의 불씨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이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고,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와 대면했다. 지난 총선 참패에 대한 대담집인 '나는 죄인입니다'도 출간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놓고 전날에는 SNS를 통해 "뭉치면 승리하고 흩어지면 패배한다"며 "두 후보는 지금 당장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고, 밤을 지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단일화를 반드시 하라"고 주문키도 했다. 그는 "단일화를 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면 그 약속을 믿은 국민과 서울시민이 크게 실망하고 분노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오직 국민만 보고 서로 양보해 손을 잡을 때 국민이 박수를 치고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고 단일화 실패로 또 패배한다면 두 후보와 양당은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야권 관계자는 "이들에게 보선은 대선을 위한 일종의 예열 단계"라며 "민심이 어떤지, 본선에서 어떤 메시지를 꺼내들어야 설득력이 있을지를 미리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선에 뛰어들기 전 보궐선거 주자와 주변 인물들을 돕는 과정에서 조직을 정비하고,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사람들도 상대 당 주자라는 '공동의 적'을 통해 앙금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