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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서워서 더이상 회사 욕 못하겠어요” 블라인드 익명의 직장인들 ‘술렁’
[사진=블라인드 캡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블라인드에서도 회사 욕하면 큰일 나나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신료 인상 논란에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능력되고 기회 되면 우리 사우님 되라”는 조롱성 글을 올려 KBS측이 공식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비판이 일자 “꼬우면 이직하라”는 글까지 올라와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급기야 문제의 직원을 찾기 위해 경찰이 ‘팀블라인드’ 회사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자 직장인들 사이에선 “더는 회사나 상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불똥이 일반 사용자들에게까지 튀었단 얘기까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소속 수사관 10명은 전날 경남 진주 소재 LH 본사와 블라인드 운영사인 팀블라인드 한국지사 두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논란과 관련해 내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블라인드에 남긴 게시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지난 9일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논란은)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 잊혀지고 차명으로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며 “난 열심히 투기하며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해라”라는 글을 작성한 블라인드 사용자를 찾기 위해서다. 해당 글쓴이는 LH직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단 첫 압수수색은 경찰이 블라인드 한국지사 사무소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허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선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불안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자칫 이번 일을 시작으로 향후 블라인드 ‘색출’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럼 과연 색출이 가능할까. 블라인드는 회원들의 데이터를 비공개로 처리하는 특허 보유하고 있다. 회사 인증에 쓰는 이메일을 암호화해 계정과 이메일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다. 블라인드 회사조차도 게시글 및 댓글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팀블라인드 관계자가 “개별 사안에 협조하고 싶어도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 이유다.

[블라인드 캡쳐]

다만 회사 차원에서 재직자의 블라인드 가입 여부는 확인할 수 있다. 외부에서 오는 이메일 주소를 들여다 보는 건 어렵지 않은 기술을 요하기 때문이다. 블라인드가 회원 가입 시 회사 이메일로 가입 인증코드를 요청하는 만큼 누가 블라인드에 가입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단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경찰이 LH본사와 팀블라인드 한국지사 내 서버, 전산기록 등을 하나하나 대조하는 방법으로 작성자를 특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용자 특정까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라인드 앱 가입자를 추려내 이들의 스마트폰을 포렌식해도 가입자들이 앱을 삭제하거나 휴대폰을 초기화하면 데이터 추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블라인드는 지난 2013년 네이버와 티몬에 몸 담은 문성욱 대표가 개발한 앱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국내 서비스 시작 1년만에 미국에도 진출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직장인만 약 320만명이 가입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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