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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남북관계·전작권 모두 상처 입은 한미훈련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쫓다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지난 8일 시작돼 18일 마무리되는 전반기 한미 연합군사훈련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이번 훈련이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어젠다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과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동시에 맞물려 있어서다.

남북관계가 장기 교착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 훈련은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상응해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훈련이 실시되느냐, 연기 또는 취소되느냐에 따라 북한의 향후 행보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의 ‘3년 전 봄날’을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공을 넘겨받은 정부가 고심 끝에 둔 수는 축소였다. 야외 기동훈련은 하지 않는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방식과 규모를 최소화한 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북한에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면서 유연한 태도를 당부했다.

그러나 북한의 유연한 태도는 없었다. 한미 연합훈련 개시 이후 선전매체 등을 통한 의례적 비난도 하지 않던 북한은 훈련 종료 이틀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을 내세워 강하게 반발했다. 김여정은 “연습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 방식의 지휘소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면서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라며 남측의 당부를 일축했다. 또 자신들은 규모나 형식이 아닌 한미 연합훈련 자체를 반대한다면서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미친 개를 순한 양으로 보아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궤변”이라고 조롱했다.

북한이 무력도발이 아닌 ‘말폭탄’에 그쳤다는 점을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여정이 언급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금강산국제관광국 해체, 그리고 남북 군사 분야 합의 파기도 아직 실행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에 골몰하던 정부로서는 짐이 더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훈련과 맞물린 또 하나의 어젠다인 전작권 전환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올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기대했지만 한국군 대장이 한반도 전구(戰區)작전을 지휘하는 일부 예행연습 선에서 그쳤다. 엄격한 조건을 강조한 미국 측 입장과 함께 코로나19, 그리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고려한 결과였다. 하반기 FOC 검증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그때라고 북한의 태도나 코로나19 상황의 획기적 반전은 보장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시점 설정도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이쪽저쪽으로부터 욕먹기 싫어 어정쩡한 선택을 하다 보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된 셈이다.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국정, 특히 국가의 운명까지 좌우하는 외교안보 현안에서는 때론 욕먹을 각오와 돌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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