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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脫 미국’ 콘텐츠, 거대 문화수출국 미국을 삼키다 [글로벌 플러스-‘美製콘텐츠=대박’ 시대 끝났다]
넷플릭스 해외콘텐츠 투자·팬데믹 촉매
지난 4분기 美 인기 상위 5위 콘텐츠
영국·일본·캐나다·한국·인도서 제작
‘K-드라마’ 시청률은 전년비 3배 상승
‘틱톡’ 인기40, 인도 크리에이터 다수 포진
음악·영화·소셜미디어 전반적 현상으로
사진은 미국 넷플릭스 등에서 상위권에 오른 시리즈물로 위부터 한국의 ‘킹덤 시즌2’, 인도의 시리즈물 나긴(Naggin·암컷 독사), 스페인 시리즈물 ‘머니 하이스트’(스페인어 제목 종이의 집). [넷플릭스 제공]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미국인은 어느 때보다 많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특별한 국가라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의 퇴조가 문화 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편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 경제의 급부상이 변화를 촉발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영화로선 ‘기생충’이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수상으로 기염을 토한 데 이어 올해엔 ‘미나리’의 약진이 눈부시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에선 영화 ‘승리호’가 큰 주목을 받는 등 미국 콘텐츠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국가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숫자가 뒷받침한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수요를 조사·분석한 패럿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내 비(非) 미국 콘텐츠 수요 비율은 앞선 2년보다 작년 각 분기에 모두 높았다. 작년 3분기 비 미국 TV쇼는 미국 내 수요의 30%를 차지했다. 미국 시청자가 과거엔 친숙하지 않았던 인도·스페인·터키 등의 콘텐츠를 시청하면서다.

패럿애널리틱스의 웨이드 페이슨 데니 애널리스트는 “이런 트렌드는 2019년 중반에 시작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앞선 것”이라며 “강한 상승 추세는 2020년까지 계속됐다”고 말했다.

미국 안에서 작년 4분기까지 상위 5위 안에 드는 콘텐츠를 제공한 나라는 영국(8.3%)이 1위다. 이어 일본(5.7%), 캐나다(3.2%), 한국(1.9%), 인도(1.5%)인 것으로 패럿은 파악했다.

인도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띈다고 미 언론은 봤다. 인도 시리즈물은 2018년 1분기엔 수요를 무시해도 될 정도로 주목도가 미미했다. 0.3%에 불과했는데 작년 말엔 상위 5위 안에 포함될 만큼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나긴(Naagin·암컷 독사)’이라는 초자연적 공상 스릴러물이 미국에서 큰 인기였다. 평균 수요의 16.7배가 될 정도로 이 시리즈를 찾는 시청자가 많았다.

넷플릭스가 큰 촉매제였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분야를 지배하기 전엔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담당하는 스튜디오가 외국 영화나 시리즈물의 판권을 획득해 미국화한 버전으로 다듬었다.

넷플릭스는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을 봐야만 했다. 미국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해외 콘텐츠에 투자하는 건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이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각종 봉쇄조처로 외부 활동의 통로가 막힌 시청자들은 집 안에서 볼 수있는 콘텐츠를 더 갈망하게 됐다. 특히 여행을 원하는 이들의 요구를 채워야 하는 스트리밍 업체는 미국 시청자에게 보여줄 해외 콘텐츠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제작이 제한되거나 중단된 방송사와 스트리밍 업체는 자연스럽게 눈을 해외로 돌렸다.

넷플릭스의 스페인 시리즈물 ‘머니 하이스트(스페인명 ‘종이의 집’)’는 지난해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가장 수요가 많았던 작품으로 기록됐다. 프랑스 TV 드라마 ‘콜 마이 에이전트(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루팡’과 같은 넷플릭스의 다른 쇼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더 뷰로’는 지난 1년간 미국 안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캐나다의 콘텐츠도 지난해 에미상 9개 부문에서 상을 받은 ‘시트 크릭(Schitt’s Creek)‘의 성공으로 넷플릭스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드라마를 지칭하는 K-드라마에 대한 수요도 증가세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K-드라마의 시청률은 전년대비 3배 가량 상승했다. ‘킹덤 시즌2’와 ‘더 킹’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포켓몬스터 등 일본 애니메이션은 미국 내 수요가 100% 증가했다고 한다.

문화 콘텐츠의 ‘탈(脫) 미국’ 추세는 모든 장르에 걸쳐 확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월 가장 인기 있는 팝스타 25명 가운데 12명이 영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의 출신이다. 작년 4월엔 4명에 불과했다.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인 틱톡(TikTok) 등 소셜미디어의 부상도 탤런트 특히 뮤지션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인사이더(INSIDER)가 틱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 40명을 추린 리스트에 따르면 멕시코나 인도(틱톡의 금지하기 전 상황 기준) 국적자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문화산업 관련 싱크탱크인 자이트가이드의 브래드 그로스먼 설립자는 “과거엔 영화와 유명인 문화는 다른 국가로 보내는 미국의 수출품이었다. 콘텐츠가 미국에서 성공한다면, 국제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많았다”며 “그러나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가 더 이상 미국산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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