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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억짜리 디지털 작품...숨은 비결은?
비플 ‘매일 : 처음의 5000일’ 783억원
블록체인 기술로 콘텐츠에 고유 표식
진품보증 가능 기술·예술作 시너지
NBA 인기 영상 NFT 판매로 붐업
NFT아트 4개월만에 10배 이상 성장
저작권 이슈·독과점 한계 넘어서야
지난 11일 글로벌 미술품경매사 크리스티에서 6934만 달러(783억원)에 낙찰된 미국 작가 비플(Beeple)의 디지털 아트 콜라주 작품 ‘매일: 처음의 5000일’. 작가는 지난 2007년 5월 1일부터 2021년 1월 7일까지 5000일(13년 6개월)동안 매일 한 개의 디지털 이미지를 그렸다. 6개월 전 까지만 해도 한 점도 못팔았으나,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가 주목받음에 따라 NFT로 민팅(발행)한 그의 작품에 관심이 집중됐다. 2월 말에는 비플이 제작한 10초짜리 동영상이 660만달러(7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크리스티]
글로벌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에서 6934만 달러(783억원)에 낙찰된 미국 작가 비플(Beeple)의 디지털 아트 콜라주 작품 ‘매일: 처음의 5000일’ 중 한 작품.[로이터]
미국 작가 비플(Beeple)의 디지털 아트 콜라주 작품 ‘매일: 처음의 5000일’ 중 한 작품[AFP]

JPG파일이 783억원에 팔렸다. 11일 글로벌 미술품 경매사인 크리스티는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디지털 아트 콜라주인 ‘매일: 처음의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6934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크리스티는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작품을 처음으로 거래한 글로벌 경매사가 됐다. 인상파 화가인 폴 고갱은 “예술은 표절이거나 혁명이다”라고 했다. 누구나 다운받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JPG파일이 수 백 억원에 거래되는 이 현상은 과연 혁명일까.

▶NFT(대체불가능토큰)란?=미술계에도 NFT가 등장했다. NFT는 신종 디지털 자산의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한다. 원본은 누구나 온라인에서 볼 수 있지만, 작품의 소유권은 낙찰받은 이들이 갖는 형식으로 각 콘텐츠에 부여한 표식이 진품을 보증한다.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는 그 특성 상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NFT를 활용하면 이 중 무엇이 진품인지 가려낼 수 있다.

NFT가 갑자기 붐업된 것은 미국 프로농구(NBA)의 영향이 크다. NBA는 2020년 자신들이 보유한 게임 하이라이트 영상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NBA 탑 슛(top shot)’을 오픈한다. 이때 활용된 기술이 NFT다. 오픈한지 5달 만에 10만명이 넘는 고객이 2억5000만 달러(2800억원)어치를 거래했고, 가장 비싸게 거래된 영상은 르브론 제임스의 슬램덩크 영상으로 20만8000달러(2억3500만원)에 팔렸다.

진품보증이 가능하다는 NFT의 특성은 예술작품과 만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작품의 경우에 유용하다. 비플을 비롯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NFT로 발행하고 거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거래 플랫폼으로는 ‘슈퍼 레어’(Super rare), ‘노운 오리진’(Known Origin), ‘메이커스 플레이스’(Makers place),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등이 꼽힌다. 국내에서 NFT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디지털 아티스트 ‘미스터 미상’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판로를 찾기 어려웠던 것과 달리 NFT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며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천정부지 가격 오르는 NFT 아트=NFT 아트는 최근 시장에서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2월 말 비플의 10초짜리 동영상이 660만달러(75억원)에 팔렸다. 누구나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무료 동영상이지만 소유권을 놓고 시장에서는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한 것이다. 원 소장자는 미국 마이애미 컬렉터인 파블로 로드리게즈 프라일로, 2020년 10월 6만7000달러(7600만원)에 매입했다. 불과 넉 달만의 일이다. 그런가 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가 제작한 디지털 그림은 580만달러(66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3일에는 블록체인 기업인 ‘인젝티브 프로토콜’이 9만5000달러(1억원)에 구매후 NFT로 전환한 뱅크시의 ‘멍청이들(Morons)’은 230이더리움(4억60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이들은 뱅크시 원작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로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작품인 ‘멍청이들’은 뱅크시가 ‘이런 작품을 경매에 부쳐 낙찰 받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투기장이 되어버린 미술시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인젝티브 프로토콜의 ‘번트뱅크시’(@burntbanksy)는 “실물이 존재하는 것만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NFT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NFT 아트 규모는 3월 1일 현재 2억4268만 달러(2749억원)에 달한다. 암호화폐 예술품 분석 플랫폼 크립토아트에 따르면 2020년 11월 260만 달러에서 불과 4개월만에 10배 넘게 성장했다.

▶NFT 아트의 의의와 한계=NFT 아트는 미술시장을 확대했다는 의의가 있다. 주류 미술시장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디지털 아트가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시장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한 NFT 기술의 도움으로 작품의 진위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 공개된 플랫폼에서 거래되기에 가격 투명성이 담보 된다는 점, 작품 판매와 유통 경로가 추가로 생기면서 작품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해 창작자의 주권이 회복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율 분산형 NFT 커뮤니티 한다오의 강지원 창업자는 “기존 미술영역까지 모두 NFT가 장악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진위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고, 프로비넌스를 확실하게 추적할 수 있는 것은 NFT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한계로는 저작권 이슈와 독과점이 꼽힌다. 작품을 판매해 소유권이 넘어가더라도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남는다. 캐슬린 킴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뱅크시의 경우처럼) 원작자의 동의 없이 작품을 민팅(화폐발행)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다.

최근엔 타인 작품을 자신이 제작 한 것 처럼 플랫폼에 올렸다가 제재 당하는 등 사례도 있었다”며 “현재는 시장이 작아서 금방 파악이 가능하지만 규모가 커질 경우엔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은 암호화폐를 비롯 NFT에 대해서도 국가 규제가 없지만 일부 플랫폼이 독과점을 지속해 시장 실패가 일어날 경우 제재 필요성이 대두될 전망이다. 분권화를 기치로 하는 블록체인이 중앙집권을 전제로 하는 각국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NFT 아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울옥션의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는 상반기 중 NFT 아트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런칭할 예정이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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