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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과잉입법-입법기피, 이게 국회냐

요즘 국회는 가관이다. 입법과잉에 입법기피까지 정반대의 사례가 공존한다. 입법기능의 오남용 사례가 난무하는, 그야말로 ‘내 멋대로’ 국회다.

국회의 과잉입법 추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라가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세세하게 법률로 정리해야 할 부분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비대해진 행정부 견제용 법안도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다. 15대 국회(1996∼2000년)만 해도 만들어진 법안이 800건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한 해 200건 남짓이다. 그도 대부분은 정부 부처에서 만들어 올린 것이었다. 그게 18대에선 9259건으로, 10년도 안 돼 10배 이상 폭증했다. 19대엔 1만7822건으로, 또 2배 늘었다.

21대 국회의 법안 인플레는 더 놀랍다. 출범 9개월밖에 안 됐지만 제출된 법안이 무려 7000건에 육박한다. 일요일 공휴일 빠짐없이 하루에 25개 이상의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진 셈이다. 20대 국회가 4년간 올린 법안이 2만4000여건이니, 이런 속도라면 거의 더블스코어가 될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한다는 데 비난할 이유는 없다. 단어 몇 개만 바꾼 기존법의 재탕 삼탕 입법이나 의원들 이름만 줄줄이 올린 품앗이 법안이 쏟아져도 일은 일이다. 법안 제출이 의정활동의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 중 하나니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게다가 다 통과되지도 않는다. 실제 법률로 만들어지는 건 열 개 중 한 개 정도다.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로 폐기된다. 꼭 필요한 법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작 문제는 정치도구로서의 입법이다. 선거와 정책을 위해 법을 만들고 법으로 매조지하는 일이 너무 잦다.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하며 지난 2월 통과시킨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대표적 사례다.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고 짧게는 보궐선거, 길게는 대선을 염두에 둔 일임은 물론이다. 수십차례에 이르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만든 부동산거래 2법 역시 아무리 봐도 시한부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등락과 수급 변동에 따라 요동치는 시장을 경직된 법률로 버텨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법 만능주의에 빠져 법안 인플레를 일삼으면서도 꼭 필요한 법안엔 무관심한 사례도 있다. 기피라고 해야 옳다. LH 직원 투기 의혹에 비리가 밝혀져도 법이 없어 처벌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갑자기 관심의 초점이 된 이해충돌방지법이다.

지금이야 당정이 부산을 떨고 징벌적 부당이익 환수까지 얘기하지만 변죽만 울리다가 잠잠해질까 벌써 걱정이다. 그간의 정황을 보면 기우도 아니다.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부동산 투기이익 환수 및 사전신고 등의 내용을 담은 이 법을 국민권익위원회가 처음 국회에 제출한 게 지난 2013년이다. 무려 8년이 지났고 그후로도 계속 올라온다. 권익위는 지난해에도 또 올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관심권 밖이었다. 이유는 국민이 다 안다. 공직자에 의원 자신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여야 불문이다. 입법 담합인 셈이다. 김영란법에도 비슷한 조항이 들어 있었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이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쏙 빼버린 그들이다.

이러니 탄식성 질문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이게 국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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