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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의 생존 이젠 ESG에 달렸다
수익성· 공공가치 두 마리 토끼 잡기
석학 리베카, 새 자본주의 모델 제시
립톤, 지속가능 방식 도입, 매출 증가
월마트,재생에너지 사용, 폐기물 제로
윤리적 평판 도약, 순수익 증가
건강한 지구 위해 기업 역할 중요,
주주자본주의에서 공동체 가치로
기업목적 바꾸고, 투자자 연대해야
“기업이 나서야 한다. 기업은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는 자원과 기술은 물론, 전 세계 어디든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경제적으로도 행동해야 할 동기는 충분하다.”(‘자본주의 대전환’에서)

‘수익성이 높으면서도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하버드대 석학 리베카 헨더슨이 15년간 구상하고 탐구한 건강한 지구와 기업의 이익이 공존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이다.

흔히 기업의 가치와 환경은 서로 상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환경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둘은 과연 공존이 불가능한 걸까?

‘자본주의 대전환’(어크로스)은 리베카 헨더슨의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강의 ‘자본주의 다시 상상하기’를 토대로 쓴 책으로, 극심한 불평등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 자본부의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길을 모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주주자본주의는 이미 시효가 끝났다. 더 이상 공공의 가치를 도외시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여기에는 기업에 지속가능성과 포용성, 공정성을 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신 공유가치로 환경피해를 줄이고 윤리적이면서 혁신적인 경영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어 수익도 올린 환경친화적 기업의 성공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그 중 세계 최대 차 브랜드인 립톤은 선도적이다. 티백 하나에 3.5센트라는 치열한 가격경쟁 시장에내몰린 립톤은 오히려 거꾸로 갔다. 유니레버 립톤은 100%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차만을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토양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의 재배, 하루 1달러도 못받는 차 농장의 노동조건 개선 등을 내걸었다. 이는 가격인상을 의미했다. 그래도 소비자 중 일부는 기꺼이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선택해줄 거라 믿었다. 케냐, 탄자니아,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대규모 공급업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표준을 제시, 인증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수확량은 5~15%늘었고, 품질 개선 및 운영비 절감, 높은 가격 실현이 가능했다. 평균 수입은 10~15% 늘었다. 건강한 농지를 후손에게 물려주게 된 건 더욱 값졌다.

유니레버 립톤의 지속가능성 실험은 각국마다 달랐다. 미국과 프랑스의 유니레버는 이를 립톤의 정체성으로 제시하길 꺼린 반면, 영국은 이를 혁신의 계기로 삼았다. 영국 시장은 유니레버 차 판매의 10%를 차지하고 있었고 유니레버의 PG팁스와 경쟁사인 테틀리티가 시장을 양분한 상태였다. 영국 마케팅팀은 대중에게 익숙한 캐릭터와 ‘당신 몫의 일을 하세요. 주전자만 올리면 됩니다’란 긍정적 메시지를 담은 광고 문구로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윤리적 브랜드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저자는 “소비자들은 보통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제품이라고 해서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그 제품이 마침 좋아하는 제품이고 품질·가격·기능성까지 마음에 든다면 당연히 많은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한다. 지속가능성을 통해 한계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월마트의 변신도 놀랍다. ‘싼 가격으로 더 나은 삶’을 지향해온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대표하던 월마트는 2000년대 대중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가격경쟁력이 없는 소매점을 도심에서 몰아내고 반노조활동, 저임금, 성차별, 아동노동 등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던 중 카트리나 재해가 발생했고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월마트가 생필품을 재난민들에게 신속하게 공급하면서 주목을 받게 된다. 한 달 뒤, 월마트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요공약을 발표했다. 100% 재생에너지 이용, 폐기물 제로, 자원과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제품 판매, 7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20% 감축, 운송수단 효율화 등이 골자였다. 그 결과 27개 소매업체 중 윤리적 평판에서 꼴찌였던 월마트는 3위로 도약하게 된다.

뜻밖에도 에너지 절약은 월마트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줬다. 운송 수단의 효율성을 2배 끌어올린 결과, 10억 달러 이상 운송비가 줄었다. 순이익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저자는 이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며, 낡은 건물의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30~40%가 낭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스템의 미세조정에 드는 비용은 대개 1년 안에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헤지로 보고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공유가치가 주류가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자체가 커다란 혁신, 정확히는 아키텍처 혁신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아키텍처 혁신은 시스템의 구성요소는 바꾸지 않은 채 구성 요소 사이의 관계를 바꾸는 혁신으로, 구성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에 대한 지식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예로, 나이키의 경우 하루 임금 1달러라는 노동조건이란 공급사슬 문제로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이 문제를 인식하는 데 나이키는 5년이 걸렸다.

저자는 공공의 가치와 기업의 이익이 함께 가는 새로운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다섯 단계로 설명한다. 우선 주주우선주의에서 경제적 가치와 공동체의 사회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공유가치 창출을 기업의 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첫 단계다. 그 다음은 목적 달성에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목적지향적 기업’으로의 변화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자각하고 구성원에 대한 더 나은 대우와 권한 위임, 투자자들의 행동이 장기적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연대하는 방향으로 재무를 재설계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또한 생태적·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는 무임승차자들이 시장을 지배하지 않도록 자율규제 협력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저자는 특히 지구의 건강을 지키려면 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을 통하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재정의”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기업의 시급한 화두로도 부상한 지속가능한 경영으로서의 환경·책임·투명경영(ESG)의 목적과 방향을 이해하는 지침서로 유용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자본주의 대전환/리베카 헨더슨 지음, 임상훈 옮김/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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