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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주택청약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요즘 청약시장은 정상인가. 인위적인 가격 규제가 적용되면서 새 주택 가격이 주변의 재고 주택 가격보다 낮다. 분양받는 순간, 많게는 수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바로 얻을 수 있다. 몇 년을 죽도록 일해도 모을 수 없는 돈을 청약 당첨 한방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로또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청약에 올인한다. 왜 이런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을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관리지역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만들어낸 결과다.

청약가입자 수가 급속히 증가해 2730만명에 이른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청약통장이 있다는 얘기다. 1순위는 50%가 넘는다.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단지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올해 서울의 첫 분양아파트인 자양하늘채베르가 367.4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소형 평형 소규모 단지라 과거 같으면 미달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주택 가격 상승, 불충분한 공급물량, 저렴한 분양가로 사람들이 무조건 청약에 나선다. ‘묻지 마 청약’이다.

이런 분위기는 무순위 잔여 가구 모집에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호반건설이 아산탕정에서 공급한 호반써밋 그랜드마크 잔여 275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 결과, 13만5940명이 접수했다. 13만명이 아산탕정에 집이 필요해서 무순위 청약에 참여한 걸까. 상당수는 시세차익을 기대한 청약일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들의 ‘묻지 마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 기회가 줄고 있다. 과열된 청약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정부가 청약제도를 개선하는 모습은 보인다. 하지만 청약제도가 수시로 바뀌면서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2월 19일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면 최고 5년 거주 의무가 발생한다.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내에 입주해야 한다.

무순위 잔여 가구 청약 조건도 3월 말부터 달라진다. 신청 자격이 해당 주택건설지역(시·군)의 무주택 가구구성원인 성년자로 바뀐다. 규제지역은 일반청약과 동일하게 재당첨 제한도 적용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신혼부부와 생애최초특별공급 요건도 지난 2월 2일부터 달라졌다. 공급물량이 늘어나고 소득 기준도 상향되면서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2·4대책으로도 청약제도가 달라진다. 공공분양 중 일반공급이 늘고 특별공급이 준다. 순차제로 공급하던 일반공급물량에 추첨물량도 배정한다.

국민·민영주택, 일반·우선·특별공급, 순차제, 가점제, 추첨제, 소득 기준, 공급대상지역, 주택 규모 등 청약제도를 구성하는 요건이 매우 많다. 그렇다 보니 요건이 조금씩 바뀔 때마다 청약제도는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다. 규제지역 유무에 따라서도 적용 기준이 다르다. 그 결과, 청약제도를 담고 있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수십번 바뀌면서 가장 어려운 법령이 됐다. 잦은 청약제도 변경은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할 뿐이다. 1970년대 도입된 청약제도를 현시대에 맞게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시장불만을 수용하는 단편적인 개편으로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또 다른 불만계층을 양산할 뿐이다. 청약제도는 주택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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