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골프. ‘괴짜골퍼’ 또는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가 화끈한 장타로 골프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우승컵까지 품에 안았다.

디섐보는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C&L(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디섐보는 마지막까지 추격전을 펼친 유럽의 강자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10언더파 278타)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디섐보는 지난해 ‘페어웨이를 놓치면 지옥이 펼쳐진다’는 모두의 상식을 깨고 ‘닥치고 장타’ 골프를 들고나와 메이저대회 US오픈 정상에 오른지 6개월만에 지 다시 챔피언이 됐다.

자신의 SNS로 400야드 장타를 시도하는 모습을 게재하는 등 ‘장타에 대한 욕심’을 꾸준히 보여줬던 디섐보는 이날도 화제의 6번홀에서 또 한번 시원한 티샷으로 갤러리를 열광케했다.

565야드 거리의 6번홀(파5)에서 디섐보는 3라운드에 이어 또 다시 호수를 가로지르는 티샷을 감행했고, 성공했다. 커다란 호수를 끼로 왼쪽으로 돌아가는 이 홀은 캐리로 310야드를 넘겨야 호수를 건널 수 있다.

디섐보는 자신있게 드라이버를 휘둘렀고, 이 공은 320야드를 날아가 런까지 377야드 위치에 도달했다. 아쉽게 투온에 실패한 디섐보는 3번째 샷을 붙여 버디를 잡았다. 전날과 비슷한 결과였다.

디섐보와 같은 조에서 우승경쟁을 벌인 리 웨스트우드의 행동도 화제였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대신 오른쪽 페어웨이로 돌아가는 공략법을 택한 웨스트우드는 306야드를 페어웨이에 올린 뒤 두손을 치켜들고 기뻐하는 동작을 취했다. 디섐보가 호수횡단샷을 성공한 뒤 보여줬던 행동을 흉내낸 것. 갤러리도 활짝 웃으며 즐거워했다.

웨스트우드는 마지막 18번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디봇에 빠진 어려운 상황에서 파를 잡아냈지만, 디섐보 역시 파를 기록하며 아쉽게 1타차로 패했다. 지난 2010년 PGA투어 2승째를 올린 뒤 11년만에 3승에 도전했지만 무산됐다.

화제의 6번홀에서 로리 매킬로이는 두차례나 호수를 건너지 못하고 볼을 빠뜨려 더블보기를 범했고, 임성재는 페어웨이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지만 투온에 성공한 뒤 이글을 잡아냈다는 것도 흥미롭다. 최근 좋은 샷감을 보여줬던 조던 스피스는 이날 3타를 잃으며 6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