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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텀싱어’ 김현수·김주택·김바울 “크로스오버 열풍, 언젠가 오리라 예상”
‘팬텀싱어’ 인기 이끈 세 주역
시즌1 김현수, 시즌2 김주택, 시즌3 김바울
‘팬텀싱어 올스타전’부터 ‘팬텀 오브 클래식’까지
 
“크로스오버 열풍 언젠가 오리라 예상”
자기 만족의 음악 벗어나 관객 위한 음악으로
'성악 보수주의'도 뛰어넘는 싱어가 목표
남성 사중창단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3 준우승팀 라비던스의 김바울(왼쪽부터),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 김현수, 시즌2 준우승팀 미라클라스 김주택은 “‘팬텀싱어’를 통해 같은 길을 가는 음악적 동료와 가족을 만났다”며 “나를 만족시키는 음악이 아닌 듣는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구 기자 phko@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제2의 K팝 스타도, 자유로운 영혼의 래퍼도 아니었다. 당연히 사연 많은 트로트 가수도 아니다.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가 다수를 이룬 오디션 프로그램. 누구도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단 한 명, 언젠가 이런 날을 기약한 사람이 있었다. 초대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다. “유학 가라는 부모님께 그런 얘기를 했어요. 3년만 기다려보라고요. ‘슈퍼스타K’가 잘 된 것처럼 분명히 오페라 가수 오디션이 나올 거라고요.” 3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1년 뒤 ‘팬텀싱어’(JTBC)가 시작됐다. 대중과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던 숨은 성악가들이 수면위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시작은 미미했다. ‘팬텀싱어’가 출사표를 던진 2016년 연말, 누구도 대한민국에 ‘크로스오버’ 열풍을 예측하진 못했다. ‘남성 4중창단을 뽑는다’는 국내 최초의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은 안방 시청자에게 그리 매력적인 콘텐츠는 아니었다.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도 컸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반응이 달라졌다. 2%대로 시작한 시즌1은 5%까지 시청률이 치솟았고, 대국민 문자투표에선 50만 명이 표를 던졌다. 시즌3까지 거듭한 지금 5년 전에는 없던 ‘장르’가 음악계에 한 자리를 차지했고, ‘팬텀싱어’를 향한 탄탄한 팬덤이 이들을 떠받치고 있다.

그 중심에 이 세 사람이 있다. 초대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34), 시즌2 준우승팀 미라클라스의 김주택(35), 시즌3 준우승팀 라비던스의 김바울(30). 방송(JTBC ‘팬텀싱어 올스타전’)과 공연 준비(3월 7일 ‘팬텀 오브 클래식’·세종문화회관)를 오가며 바쁜 날들을 오가는 세 사람을 서울 논현동 아트 앤 아티스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 표면적으로는 셋이지만, 각 팀을 대표하는 얼굴인 만큼 12명이 함께 했다.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의 티셔츠엔 멤버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멤버들도 데리고 왔어요.”(김현수) 스무 살에 만나 ‘찐친’ 케미를 자랑하는 김주택이 한 마디 던졌다. “우린 혼자 왔어. 너무 무거워서. (웃음)”

미라클라스 김주택, 포르테 디 콰트로 김현수, 라비던스 김바울(왼쪽부터)은 오는 7일 ‘팬텀 오브 클래식 2021’을 통해 이전에는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세 시즌의 인기팀들이 모인 만큼 팀을 넘나들어 새로운 조합으로 꾸미는 무대가 볼거리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레전드 무대’ 쏟아내는 ‘팬텀싱어 올스타전’

요즘 이들 세 사람은 강행군의 연속이다. 방송과 공연 준비를 오가는 날들이다. 특히 녹화 한 번을 위한 준비기간이 만만치 않다. “합주하고 미팅하고 연습하고...쉴 틈이 없죠. 2주 만에 새로운 곡을 결정해 파트를 짜고 완벽하게 구현해야 하니까요.” (김현수) “어제도 녹화가 새벽 1시에 끝났어요. 방송과 라이브를 더블로 하려다 보니 컨디션 관리가 중요해요. 특히 라이브는 저희의 민낯을 공개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김주택)

오랜 시간 음악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답게 컨디션 관리는 깊이 체화됐다. ”성대, 몸, 마인드컨트롤이 노래 실력과 비례해 같이 성장한 것 같아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노래를 어떻게 하는지 습관이 된거죠.“(김주택) ”목 주위 근육들이 연습과 무대를 통해 생성된 거예요.“(김현수)

6회까지 방송된 현재, 올스타전답게 ‘레전드 무대’가 쏟아지고 있다. 각 팀들은 모든 무대에 영혼까지 ‘갈아넣는다’. 틀을 깨는 시도와 아름답고 강력한 조화, 거기에 시청자가 원하는 감동까지 더했다. 모든 무대는 자존심 대결을 방불케 한다. 김주택은 첫 회 미라클라스의 무대를 마치고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 MC 전현무는 “김주택씨 쓰러지는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세 시즌의 1, 2, 3위 팀이 총출동하는 만큼 볼거리도 많다. 장르의 벽은 일찌감치 허물었고, 퍼포먼스(라비던스 ‘Ai No Corrida’)에 기타 연주(포르테 디 콰트로 고훈정 솔로 무대 ‘비련’)도 등장했다. 기존 팀들을 넘어 시즌별 새로운 팀을 조합(시즌3 대학 동기 조합 ‘ㄱ나니’ 등)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를 무대를 하나씩 공개하고 있다.

포디콰·미라클라스·라비던스…3팀 3색 매력

각 팀의 강점과 매력은 각기 다르다. 김주택은 “그동안 우리 노래 하기 바빴지 다른 사람의 노래는 못봤는데, 올스타전을 하다 보니 나조차 팬의 입장이 됐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네 명의 한 명으로 저런 감동을 주겠구나 자신감이 생기고 내 길에 대한 확신도 생기고 있어요.“ (김주택)

시즌3 준우승팀 라비던스(고영열 김바울 존노 황건하)의 가장 큰 무기는 ‘국악’이다. 올스타전에서 라비던스가 선보인 ‘몽금포 타령’에 대해 김주택은 “처음 접해보는 장르의 처음 느껴보는 감동”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김현수도 그 매력을 최고의 강점으로 꼽았다. “몇 년 전부터 국악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나중에 국악 사업을 새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라비던스는 유일하게 소리꾼이 속한 팀으로 글로벌한 팀이 될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을 가졌어요.” (김현수)

시즌2의 준우승팀 미라클라스(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는 압도적인 성량으로 혼을 빼놓는다. 김바울은 “음압으로 뺨을 맞는 듯 충격적이었다”며 “바위가 굴러와서 나에게 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거기에 ‘라비던스’가 자랑하는 “한과 흥을 뛰어넘는 무대”(김바울)도 선보인다.

초대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 김현수 손태진 이벼리)는 정공법이다. 포르테 디 콰트로가 부른 박효신의 ‘겨울소리’는 김바울 김주택이 꼽는 올스타전 최고의 무대다. 김바울은 “그 정공법에 알고도 당한다”며 “괜히 초대 우승팀이 아니”라고 했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며, 섬세하게 만들어내는 소리의 조화”(김바울)가 주는 감동이 ‘문화충격’(김주택)이라는 반응. 케이윌은 이들의 무대에 노래가 끝나기도 전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제5의 무엇이 만들어져 한 사람이 네 명의 소리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원래 저력이 있는 팀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걸 뛰어넘었어요.”(김주택) 우승 이후 꾸준한 활동이 힘이 됐다. 김현수는 “무대가 스승”이라고 했다.

“사중창은 섬세함에서 오는 감동이 있고, 120%의 소리를 내서 밀어붙이는 감동이 있어요. 포르테 디 콰트로가 전자라면, 미라클라스는 후자예요.”(김바울)

미라클라스 김주택, 포르테 디 콰트로 김현수, 라비던스 김바울(왼쪽부터).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팬텀싱어’ 그 후…“혼자에서 함께, 인생의 전환점”

‘팬텀싱어’ 이후 세 사람이 향하는 음악의 길도 조금씩 방향이 달라졌다. 사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정통 성악 전공자인 만큼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각자의 벽과 두려움이 있었다.

‘팬텀싱어’ 이전엔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을 주무대로 활약해온 김주택은 일찌감치 ‘동양의 카푸첼리’로 불렸다.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성악가였지만,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외줄타기 인생이었다”고 돌아봤다. “노래를 그냥 잘해선 안 되고, 완벽한 이탈리아 사람처럼 보여야 했어요. 한 번 실수라면 그대로 추락이니 모든 걸 쏟아냈어요. 무대에서 박수 갈채를 받고 분장을 지우면서 외로워지더라고요.” 솔리스트에서 시즌2로 미라클라스라는 팀을 만난 이후 많은 게 변했다.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쳤다. 김현수가 말을 보탰다. “주택이를 오래 봐왔는데, ‘팬텀싱어’ 이후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이전엔 오페라 시장에서도 톱이었지만 그걸 지키기 위해 속박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정말 행복해보여요.” 김주택은 ‘팬텀싱어2’를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했다. “외줄이 튼튼한 다리가 됐어요. 편안하게 뛰어다니고 무너지지 않는 다리, 뒷걸음질쳐도 나를 받쳐줄 안전장치가 생긴 기분이에요.”(김주택)

김바울은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고민하던 중 ‘팬텀싱어3’ 출연을 결정했다. “성악이라는 장르가 혼자하는 것이다 보니 아무리 많은 환호를 받아도 돌아가는 길이 너무나 외롭고 쓸쓸해요.” ‘혼자만의 미래’를 고민하며 걷던 길에 김바울에겐 세 명의 동료이자 가족이 생겼다. “불안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들어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게 특히 달라진 점이에요.”

라비던스 김바울, 포르테 디 콰트로 김현수, 미라클라스 김주택(왼쪽부터).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달라진 음악의 길…‘성악 보수주의’ 깨고 듣는 사람의 음악으로

음악적 방향성에도 변화가 있었다. 김바울은 스스로 “성악적 고정관념이 있었다”고 했다. “꼰대는 아니었는데, 음악적으로 틀에 갇혀 있었어요. 팀에 소리를 하는 (고) 영열이가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됐어요. 음악을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많이 배우고 있어요. 틀을 많이 깬 것 같아요.” 김주택도 마찬가지다. “성악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이전과 달이 다른 장르를 존중하고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했다.

김현수는 성악을 전공했지만, 보수적인 분위기 안에서도 ‘새로운 꿈’을 꿨다. 유학을 가는 대신 언젠가 오리라 확신한 ‘크로스오버 전성기’를 그리며 버스킹, 행사 등을 발로 뛰었다. “성악가들의 목적지는 오페라 가수라고 생각하는 보수주의가 업계에 있었어요. 전 오페라 가수보다 리트(가곡) 가수가 꿈되고 싶었어요.” (김현수) 프로그램에 출연한 성악가들은 대부분 비슷한 성향이기도 했다. “저도 리트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김바울) “사실 성악가는 길이 몇 개 없어요. 현수가 아무도 몰라줄 때 크로스오버의 길을 개척해 꾸준히 이어왔다고 생각해요.”(김주택)

김현수는 “여러 길을 가던 중 ‘팬텀싱어’가 한 길을 가도록 정립해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알아봐 주는 팬과 찾아오는 관객이 생긴 것은 가장 달라진 점이다. 이들 세 팀과 레떼아모르 김민석이 총출연하는 ‘팬텀 오브 클래식’ 역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치열했다.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예전엔 200명 모인 무대에서도 제 소개부터 노래까지 재밌게 끌고가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이젠 먼저 환호를 해주시니 시작점이 다르죠.”(김현수) “그러니 노래의 질도 달라져요. 관객들의 환호에 부응하기 위해 계속 배워나가게 되니까요.”(김주택)

무엇보다 세 사람의 음악은 관객을 위해 존재한다. 김바울은 “예전엔 성악 공부를 할 때 발성 안에 갇혀 있었다”며 “ 사실 듣는 사람만 좋으면 되는데, 성악은 나를 만족시키는 작업이 컸다”고 말했다. “그것을 빨리 깨닫고 자기 만족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말 어려워요.”(김현수) 장르의 벽을 깨는 시도와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노력을 이어가니 지향점도 달라졌다. “그걸 깨고, 관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었어요. 성악가가 춤추면서 노래하네, 그런데도 발성은 멋지게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도전할 게 많아요. 도전에 그치지 않고, 보수적인 시선도 포용할 수 있는 멋진 싱어가 돼야죠. 그게 미래의 목표예요.”(김주택)

포르테 디 콰트로, 미라클라스, 라비던스에 더해 김민석이 함께 하는 ‘팬텀 오브 클래식’은 ‘팬텀싱어’를 뛰어넘는 하모니를 다시 한 번 보여줄 예정이다. 각 팀들의 무대는 물론 함께 하고 싶은 팀을 직접 꾸려 선보이는 유닛 무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방송에서도 본 적 없는 김현수 고영열의 듀엣(아라리요)도 기다리고 있다. 공연 이후에도 쉴 틈은 없다. ‘팬텀싱어 올스타전’이 이어지고 김바울은 음반 준비로 김현수는 ‘포르테 디 콰트로 언플러그드 콘서트’(3월 13, 14, 20일 롯데콘서트홀)로 바쁜 날들을 이어간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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