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당 대표의 지지율은 30~40%대를 넘나든다.

야권 후보 중 1위를 넘어 심지어 가상 양자대결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안철수 지지율 미스터리’다.

반면, 국민의힘은 20%후반~30%초반대를 꾸준히 오르내리며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 접전양상이다.

그런데도 정작 국민의힘 후보들은 안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지면 분산된 지지층 결집을 기대하지만, 최종 단일화 결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시장 적합도를 묻는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상황이 다르다. 국민의당은 리얼미터 2월 3주차 주간집계(YTN 의뢰, 15~19일 조사, 98% 신뢰수준 ±1.8%p) 결과 지지율 7.9%를 기록했다. 비슷한 지표는 또 있다.

MBC ‘100분 토론’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9~20일 조사한 결과,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가상대결에서 안 대표는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39.4% 대 24.8%로, 오세훈 후보를 40.0% 대 23.3%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 ±3.1%p) 밖에서 앞섰다.

반대로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 후보로 어떤 정당의 후보가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32.9%를 얻어 국민의당 22.9%를 앞섰다.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극명한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심위 참조)

전문가들은 ▷ ‘안철수’에 대한 의존과 국민의당 존재감 부족 ▷인물 중심의 선거 양상 ▷야권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 ▷국민의힘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민의당은 당세도 약하고 제1야당도 아닌 상황에서 ‘안철수’라는 개인의 인지도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보수야권에 마땅한 주자가 없다고 보고, 안철수에 대해서는 아직도 4년 전 ‘녹색돌풍’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안철수 ‘1인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안철수가 뜰수록 국민의당 존재감은 없어지는 것”이라며 “단일화 후 합당 얘기가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물 중심의 선거 국면에서 정당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 현재의 안 대표 지지율은 ‘안철수의 인기’라기 보다 ‘야권 단일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는 인물 중심이기 때문에 정당 지지율은 볼 필요 없다”며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의 경우 당을 보고 찍는 반면, 현 선거 국면에서는 후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개인의 지지율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대선주자 지지율은 안철수 역시 한 자릿수였다”며 “단일화가 없었으면 안철수의 지지율이 이렇게까지 높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의 경우 아직까지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최 원장은 “새 인물을 부각시키지 못한데다, 기존 당내 후보들을 새로 띄우는 모습도 부족했다”며 “정부여당 실정에 대한 반사효과만 보고 자체 발광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안철수가 득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