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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다윗을 키우자]축산테크 파이프트리 “AI로 AI(조류독감) 잡는다”
조기 발견 어려워 살처분 반복하는 조류독감
인공지능으로 군집내 이상징후 파악 해법제시
24시간 내 대응으로 농가 피해 최소화 가능
건국대와 협력해 타 질병 관리방안도 연구

인공지능으로 양계 농가의 질병 예찰 방법을 제시하는 파이프트리의 공동 대표인 장유창 COO(왼쪽)와 이병권 CEO. [도현정 기자]

코로나19로 1년 넘게 인류의 시계가 멈춰 있는 와중에 양계농가는 조류독감(AI)이란 악재까지 겹쳤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AI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2808만1000마리를 살처분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루 평균 20만3400마리가 살처분된 것으로, 이는 역대 최악이라는 2016~2017년의 하루 평균 22만3900마리 살처분 기록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조류독감은 방역도 잔혹하다. 발생 농가에서 반경 3km 이내에 있는 닭은 모두 살처분된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비윤리적이라는 점에서 논쟁이 거세다. 지난 18일 불교계가 반생명적 살처분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을 정도다.

파이프트리(대표 이병권·장유창)는 이런 방역의 허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축산테크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주목한 대안은 인공지능(AI)이다.

장유창 공동대표(COO)는 “조류독감 방역이 광범위한 살처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농가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기까지 평균 5~7일이 소요되는데, 계육이나 계란은 매일 출하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병원균이 묻은 달걀이 다른 데로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류독감 발생 농가 반경 3km 이내의 모든 닭들을 살처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와 공동 창업한 이병권 대표(CEO)는 축사의 질병 발생 여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 덧붙였다. “조류독감은 변이가 심해 백신을 만드는게 어렵습니다. 백신으로 예방하기 어려운만큼 문제 발생 여부를 빠르게 찾아내고, 다른 부분으로 전염되지 않도록 막는게 중요합니다.”

이 대표는 “파이프트리의 목표는 병원균 감염 이후 12~24시간 내에 질병을 파악하는 것”이라며 “질병 발생 다음날 계란이 출하되기 전 징후를 파악해 농가를 폐쇄하면 주변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향후 특정 농가 안에서도 질병 발생 축사만 폐쇄하는 식으로 폐쇄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질병 예찰이 빨라지면 방역 이후 농가피해 회복도 수월해진다는 게 파이프트리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질병으로 인해 생산성이 바닥까지 떨어진 다음에 영양제 등을 투입하면 이미 생산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질병 예찰로 이상을 빠르게 감지하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기 전에 회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 건강한 가축사육 솔루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프트리가 제시하는 인공지능 해법은 3가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질병 예찰을 위해 축사에 자체 개발한 다양한 센서를 부착, 이를 통해 환경·가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조류독감 외에 장티푸스 등 8가지 질병마다 주요 징후를 파악해서 농장관리인보다 더 빨리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질병징후는 닭들의 호흡 소리, 행동 반경, 체온, 축사 내 암모니아 수치, 음수량과 사료량 등을 기본으로 확인한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건국대 수의학과 송창선 교수와 협약을 통해 병원균에 따른 닭들의 변화를 연구할 예정”이라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나면 향후 특정 질병에 대한 예찰을 더 정교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파이프트리는 질병 예찰 외에도 육계·축사관리 종합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닭은 체중에 따라 생산성 차이가 있고, 육계의 무게는 상품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확히 재야 한다”며 “현재는 관리자가 매일 축사에 들어가 닭 한마리씩 저울에 무게를 잰다. 하지만 당사는 축사 이미지에서 닭들의 면적을 통해 무게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제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며 알고리즘을 다듬고 있는데, 닭 한 마리당 무게 오차가 50g을 넘지 않는 게 목표다.

AI와 IoT를 활용하면 농장시설에서 이상이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닭은 온도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울 땐 팬을 이용해 온도를 낮춰야 하는데, 수동제어에 의존하다보면 이를 제 때 하기 힘들다”며 “닭의 행동패턴을 분석해서 이상징후를 확인, 빠르게 문제를 포착하면 농장 밖에서도 최적의 상태로 축사시설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프트리가 주목한 양계 분야는 축산테크 중 일종의 틈새시장. 소나 돼지 등 대가축은 IoT 알약이나 디지털목걸이 등을 이용해 질병까지 꼼꼼하게 관리해왔지만 양계 분야는 유독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대가축은 한 마리당 가격이 높지만 닭 같은 소가축은 가격이 낮고, 사육 기간도 짧아 개체마다 사물인터넷 알약 등 투자를 하기 어렵다”며 “대가축과 소가축의 사육 규모도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돼지는 국내 축산 농가에서 평균 5000마리를 키우는데, 양계장은 평균 사육규모가 6만마리입니다. 기존 축산기술은 한 마리마다 특정한 데이터를 얻어 분석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는데, 양계류는 개체 한 마리에 대한 측정이 어렵습니다. 양계류에 대해서는 군집현상을 통해 개별분석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파이프트리는 처음부터 군집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해 왔다. 개체 한 마리의 데이터를 수집해 솔루션을 내놓는 것보다 기술 난이도는 높지만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저렴하다. 이 대표는 “대가축 개체 측정만 시도해본 기업들은 닭같은 소가축 분야로 나가기 어렵지만, 군집 내 개체의 데이터를 다뤄본 기업은 대가축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며 대가축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라 전했다.

향후 3년까지는 질병 예찰 해법을 전국으로 배포하는데 주력하고, 이후에는 종합 사육솔루션 보급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파이프트리 시스템을 도입한 농가의 품질을 인증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유통에 대한 농가의 고민도 덜게 한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장 대표는 “데이터 안에는 각 농장의 생산량, 생산 시기에 대한 예측이 함께 들어간다. 당사의 기술로 검증되는 생산품,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처와의 매칭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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