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복합장르·휴먼스토리…일본 ‘4차한류’ 이끄는 한국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팬데믹 속 K드라마 해외 소비비중 증가
넷플릭스 제작·서비스 등 ‘인기 진원지’
반짝 인기 넘어선 K문화콘텐츠 위해
토종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키워야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한류 드라마와 예능, 게임 등 한국 문화콘텐츠의 해외 활약은 코로나19의 대유행에도 아랑곳 없이 여전히 탄탄했다. 지난 1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020년 한국 문화콘텐츠를 경험한 해외 18개국 8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오히려 해외 소비 비중은 증가했다.

이에 따르면, 대면 방문 소비가 중요한 ‘음식’(30%), ‘패션’(29.1%), ‘뷰티’(25.2%)는 감소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예능’(48%), ‘드라마’(47.9%), ‘게임’(45.8%), ‘영화’(45.3%) 등 언택트 소비 증가 수혜를 입은 영상 콘텐츠는 증가 응답률의 비중이 컸다.

가장 선호하는 한국 문화콘텐츠의 경우 드라마는 ‘사랑의 불시착’(9.5%), ‘사이코지만 괜찮아’(4.1%),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쓰’(각 2.8%), ‘킹덤’(2.5%)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동백꽃 필 무렵’ 등 완성도가 높아 감동을 안기는 한국 명품드라마들과 ‘스토브리그’처럼 새로운 장르물을 좋아한다는 외국 시청자들도 많다. 전년도(2019년) 순위와 비교해 ‘킹덤’을 제외하면 새로운 작품들이 상위권에 포함됐는데 모두 넷플릭스가 제작했거나 서비스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에서는 K드라마 소비를 주축으로 4차 한류가 일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한국드라마가 일본에서는 붐을 이루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아직 일본 지상파에서는 방영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제도적, 감정적 장벽이 있다. 일본에서의 K 드라마 인기 진원지는 넷플릭스다. 그러니 처음에는 일본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접하지 않는 넷플릭스안에의 현상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하다가, 2020년 7월 16일 아사히 신문이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드라마의 일본내 인기 현상을 중심으로 4차한류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지난 1월 20일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TOP10에서도 여전히 ‘사랑의 불시착’(3위), ‘이태원 클라쓰’(6위), ‘스타트업’(7위) 등 한국드라마 세 편이 10위권에 포함돼 있다. 1위는 ‘진격의 거인’, 2위는 ‘주술회전’ 등 상위권에 오른 드라마 대다수는 정극이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에서는 ‘사랑의 불시착’의 남자주인공 현빈을 코로나19로 인해 만날 수 없다는 점을 ‘현빈 Loss’라고 표현해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2002년작 ‘겨울연가’와 같은 로맨스물 위주에서 소재가 훨씬 더 다양해지고 탄탄한 장르물 등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청자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로맨스와 호러, 스릴러 등 장르와 장르, 장르와 소재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물(복합장르)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내고,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성찰, 가족애 등 휴먼적인 요소를 담는 방법도 진일보했다. 20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완성도 높은 대작, 외국인들도 좋아할만한 보편성을 갖춘 드라마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인 작가인 칸노 도모코 씨는 “‘사랑의 불시착’으로 일본인들이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 같다. 현빈은 과묵하면서 사랑이 충분한 미남이어서 일본 여성 팬덤이 엄청나다. 손예진은 귀엽고 애교도 있으면서도 자립심 강한 커리어우먼이라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문원 평론가는 “일본은 유행이 빨리 바뀌지 않는다. 일본은 취향이 잘게 나눠져 있어 큰 유행은 잘 바뀌지 않는다. ‘도라에몽’이 나온 지 50년이 넘었는데도 지금도 인기다”면서 “반면 한국은 모두 똑같은 콘텐츠를 보니 유행이 금세 바뀐다. 이는 한국 드라마가 소재가 다양하고 변화가 빨라질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한국드라마는 특유의 재미가 생기고, 그것이 K드라마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드라마는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재미가 없어지면 시즌1을 끝내버린다. 하지만 한국드라마는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한 방에 끝내는데, 이런 점도 드라마를 보기 쉽게 만들어주는 요소다”고 덧붙였다.

조규헌 상명대 한일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월간 ‘방송작가’ 2021년 2월호에 기고한 ‘한국문화의 고유성에 주목하다-일본 4차한류 붐의 현황과 의미’라는 제목의 글에서 “1차 한류의 ‘겨울연가’와 4차 한류의 ‘사랑의 불시착’ 모두 K드라마 한류다. 하지만 양자에는 한국 드라마를 향유하는 일본인 인식의 큰 차이가 발견된다”고 했다.

이어 “‘겨울연가’에서 느끼는 노스탤지어 감성에 한국사회를 통해 ‘과거의 일본’을 재발견하는 ‘포스트 식민주의’적인 시선이 내재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4차 한류에서는 한국 문화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 한국문화와 일본문화를 동등한 시선에서 구별하여 ‘한국문화 고유성’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경향성이 더 커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K드라마 붐을 견인한 데에는 방탄소년단과 박진영이 일본인들로 만든 걸그룹 ‘니쥬’ 등 K팝도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칸노 도모코 씨는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일반인 대다수가 좋아한다. 한국을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BTS를 좋아한다. 동방신기와 트와이스의 일본 팬이 일부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고 말했다. 또 “니쥬가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니혼테레비의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프로젝트’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심사위원으로 나온 박진영 씨가 참가자에게 인성(人性)을 강조하는 장면에서 일본 시청자들이 큰 감명을 받았다”는 말로 일본 한류의 인기를 설명했다.

한국드라마는 소재의 다양성과 이를 작품으로 녹여내는 제작능력까지 더해져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중남미 등으로 인기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제 반짝 인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K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넷플릭스를 잘 활용하되 종속되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 콘텐츠 IP를 어떻게 가져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넷플리스에 대항할만한 토종 OTT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