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팔아?’ 놀라지만…중고거래의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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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Z세대는 ‘세뱃돈 탕진’하러 어디로 향할까? 백화점·아울렛같은 매장이 아니라 스마트폰 안에 있는 중고거래 앱으로 향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번개장터가 지난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설 연휴가 지나면 다른 연령대 이용자 수는 감소하는 반해 25세 미만 이용자는 직전 주 대비 26% 늘었다. 25세 미만 이용자 수는 연휴 2일 차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연휴 3일 차에 정점을 찍었다. 이들은 주로 럭셔리 브랜드 지갑·후드티·게임기·에어팟을 검색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쁜 사람이 가득한 곳’으로 불리던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중고 상품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중고 상품은 ‘문제가 많은 상품’에서 하자는 있지만 상품 가치가 남아있는 ‘리퍼브’ 상품이, 중고 거래 플랫폼은 거래소에서 상점으로 변했다. 소비자가 몰려들자 중고 거래 플랫폼의 위상도 달라졌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백화점이 줄지어 제휴를 맺는 곳이 됐다.
왼쪽부터 최근 당근마켓과 업무협약을 맺은 GS25,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 파라바라를 입점한 이마트24 [GS25·이마트24 제공] |
2000만 회원을 보유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난 9일 GS리테일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해당 업무 협약으로 이르면 다음 달에 GS25 편의점 ‘마감 임박’ 상품을 당근마켓에서 볼 수 있다. 유통기한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마감 임박’ 상품을 당근마켓 이용자에게 노출하는 식이다.
편의점 알바도 당근마켓에서 구한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슈퍼마켓 등 1만 5000여 점포의 일자리 공고를 당근마켓에 노출한다.
백화점에 중고거래 플랫폼이 들어서기도 한다. 오는 26일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에는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전문매장인 ‘BGZT by 번개장터’가 입점한다. 홍대 에이케이앤 매장에 중고 거래 플랫폼을 운영 중이던 AK플라자는 최근 분당점에서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을 설치했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는 ‘파라바라’, 중고 명품 온라인 감정 스타트업 ‘엑스클로젯’과 협업한 서비스다.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 파라바라는 편의점 이마트24에도 입점했다. 이마트24는 지난 달부터 주택가, 오피스가에 위치한 매장 18곳에 파라바라를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거래되는 당근마켓 [사진출처=당근마켓 앱] |
중고거래 플랫폼과 제휴를 맺는 기업이 늘어난 이유는 플랫폼만의 특성때문이다. 바로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거래가 성사돼, 월 사용자 수가 다른 플랫폼보다 높다. 고양이 관상을 봐주는 서비스 거래나 무료 나눔처럼 다른 플랫폼이 따라할 수 없는 거래가 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근마켓의 경우 여기에 지역 기반이라는 장점까지 결합, 월 사용자 1000만이라는 기록적인 숫자를 단기간에 성장을 거뒀다.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기존에 거래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던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것’들이 플랫폼에 등장하면 문제가 생긴다. 시장 참여자가 물건에 대한 거래 의사만 있으면 그야말로 모든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어, 지나친 상업화를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당근마켓에 생후 36주된 아기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도 음성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 입장권이 거래돼 당근마켓은 해당 단어로 등록된 거래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현재도 판매글 제목을 영어나 특수문자를 조합해 올리는 식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중고거래는 기존 재화를 재활용하는 장점이 있는데 이 취지에 부합하거나 거래하지 말아야 하는 물건이 올라오면 지나친 상업주의로 번질 수 있다”며 “소비자도 윤리적 소비 관점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거래할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