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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명절을 앞두고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차례상 비용입니다. 대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차례상 준비를 할 경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를 비교해 발표합니다.
올해 기준 전통 차례상(설 성수품 28개 품목) 구매 비용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4일 집계 기준 전통시장에서 26만 7392원, 대형유통업체에서 37만 4370원입니다. 전년대비 각각 15.8%와 17.4% 상승해 최근 살벌한 ‘밥상물가’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지난해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던 사과와 배 등의 과일 가격이 껑충 올랐고, 공급이 감소한 쇠고기와 계란 등의 축산물 가격도 장보기가 무섭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비용이 어떤 상차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궁금한 적 없으셨나요? 명절이 되면 항상 차례상 차리는 법이 인기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전통 차례상에는 과연 어떤 음식들이 포함되는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차례상 자체가 예전보다 많이 간소화되고, 제사를 아예 지내지 않는 집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치를 발표하는 것은 명절을 앞두고 일종의 물가 감시 역할을 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명절 차례상 준비 비용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한국물가협회 등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정부기관인 aT가 어떤 기준으로 비용을 집계한 것인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aT는 전통 차례상과 간소화 차례상 두가지로 나눠 집계하고 있는데, 전통 차례상 비용을 전면에 내세워 발표합니다.
설 전통차례상을 보면 떡국, 적류(육적·소적·어적), 탕류(육탕·소탕·어탕), 나물류, 기타(조기구이·북어포·녹두편·나박김치·식혜) 등이 올라갑니다. 여기에 과일류(대추·밤·곶감·배·사과), 과자류(다식·강정·약과·산자), 부재료(밀가루·게맛살·청주)가 추가됩니다.
문제는 이 음식 품목이 실제 차례를 지내는 집들도 놀랄 만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탕류를 탕국 하나로만 차리는 집도 많아, 세 종류나 되는 탕을 상에 올리는 것이 낯설어 보이기도 합니다. 소고기를 넣은 육탕, 무와 두부를 넣은 소탕, 동태 등 해산물을 넣은 어탕을 모두 준비하고 계십니까.
설 차례상 품목 비교표 중 일부 발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
실제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품목표를 보니 명절을 앞두고 실질적인 물가 정보를 제공하는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품목표에는 식혜의 재료인 쌀, 엿기름 그리고 나박김치의 재료인 배추와 무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차례상은 지방마다, 또 각 집안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발표되는 항목은 그저 참고로 하시면 될 듯 합니다.
물론 aT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자문을 구해 2018년부터 간소화 차례상 비용도 함께 발표합니다.
간소화 차례상은 총 18개 품목으로 전통 차례상 28개 품목에서 크게 줄어들고, 양도 소량으로 만들기 때문에 비용이 1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집니다. 식혜, 나박김치 같은 항목이 없어지고 과자류도 전통 차례상이 4종류나 되는데 반해 약과 한가지로 줄어듭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명절 같지 않은 명절입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제사문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늘 나온다는 점이지요. 특히 올해는 비대면 명절로 가족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드니 명절 문화 자체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사를 지내든 안 지내든, 즐거운 연휴가 불필요한 음식 준비나 논쟁으로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다만 요즘과 같은 추세라면 훗날 더 시간이 흐르면 명절 차례상 비용을 발표하는 것도 다른 양식으로 대체되지 않을까요. 특히 요즘 젊은 세대가 차례상을 모시는 주최자가 될 시점에는 거창한 차례상보다는 소규모 가족의 집밥 비용이나, 연휴 여행 비용이 발표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막연한 상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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