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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 선물 인심까지 ‘확’ 바꿨다…극과 극 ‘코로나 디바이드’ 씁쓸
코로나發 소득 양극화·보상심리 반영
2000만원대 주택·100만원대 한우
10만원 미만 가성비 생필품 ‘인기’

#. 이번 설 선물 중 역대급 선물로 화제를 모았던 건 ‘1000만원대 이동형 주택’이다. ‘누가 설 선물로 집을 사나’ 싶었지만 벌써 두 채가 팔렸다. 첫 구매자는 충남 보령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농작물을 키우는 아내를 위해 1595만원 복층 고급형 주택을 구매했다고 한다. 두 번째 구매자인 제주도에 사는 60대 농부는 자신이 소유한 밭에 놓으려 자신에게 집을 ‘셀프 선물’했다. 하루평균 구매 문의도 지난달 말부터 50~60건에 달한다.

비대면 설을 맞아 설 선물세트 판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코로나19로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를 실감할 수 있다.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에 대한 보상심리가 설 명절을 맞아 폭발한 가운데, 설 선물세트도 ‘초초고가’와 ‘초초저가’ 등 극단화하고 있다.

▶100만원대 한정판 한우 등 초초고가 완판 행진…설 선물도 ‘극단화’=이번 설 명절기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프리미엄 선물 수요가 늘면서 백화점의 설 선물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는 점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4일부터 지난 5일까지 세트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51.3% 신장했다. 특히 농수산물 선물 허용가액이 20만원으로 높아지면서 정육상품이 51.8%, 수산물이 45.4%, 농산물이 53.3%의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 롯데백화점도 설 선물 본 판매기간(1월 18일~2월 4일)에 고가 상품 판매 신장률이 다른 상품에 비해 컸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한우세트 중 최고가 제품인 170만원 ‘엘넘버나인(L.NO9)’은 준비한 물량을 소진했다. 초고가 와인세트인 ‘프리스티지 와인’은 준비물량의 60%를 판매했다.

초초고가 선물의 폭발적인 증가는 동네 편의점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편의점 CU에선 2000만원에 육박하는 이동형 주택이 두 채나 팔렸으며, GS25가 내놓은 금화도 두 차례에 걸쳐 총 6800돈을 완판했다. 출시 사흘 만에 조기 완판한 금화 3종 상품은 총 5000돈, 금액으로는 16억원 규모에 달한다.

초초고가 선물과 함께 단가를 확 낮춘 초초가성비 선물세트의 수요도 심심치 않다. 이마트가 금액대별 설 선물세트 판매율을 분석한 결과, 초고가 상품과 초저가 상품 매출이 동시에 상승했다. 설 판매기간(지난해 12월 24일~지난 1월 31일)에 20만원 이상 상품 매출은 지난해 설 판매기간보다 89.8% 증가했다. 10만원 미만 상품 매출은 64.5% 늘었다. 반면 중간에 끼인(?) ‘10만~20만원대 선물’ 매출은 1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 디바이드’ 명절 인심까지 바꿨다=이처럼 설 선물이 극단화로 치닫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소득양극화 현상이 명절 선물 트렌드에 반영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소득 1분위) 계층은 지난해 2분기 1년 전에 비해 월평균 근로소득이 18.0%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소득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0%, 사업소득은 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고가 선물의 경우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명절 연휴기간을 활용해 떠났던 해외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자 자기 보상심리가 작용하면서 고가의 가전이나 선물 등의 구매 수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향을 찾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고가의 선물로 표현하는 지난해 추석 트렌드가 올 설까지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나 보상심리가 프리미엄 선물세트 구매로 이어졌다”며 “반면 지갑이 얇아진 사람들은 지갑 사정에 맞춰 가성비 상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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