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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後>청문회 시작하며 “장관 축하”…‘답정너’가 된 청문회
청문회 첫 날부터 장관 임명된듯 축하
야당서도 “요식행위 아니냐” 꼬집어
여차하면 ‘야당 패싱’하고 장관 임명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3일, 권 후보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축하드립니다”였다. 청문위원들이 자격 검증을 앞두고 건네는 말로만 보면 이미 장관 임명이 확정된듯 하다.

권 후보자는 현역 국회의원으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던터라, 여당 의원들 대부분 후보자와 가까이 산중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들며 후보자에 호평을 보냈다. 강훈식 의원은 “20대 국회부터 권 후보자와 같이 의정활동을 해, 성실함과 모범적인 활동을 익숙하게 봤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국난 시기에 권 후보자가 장관으로 지명되서 다행스럽다”고 평가하며 질의를 시작했다.

김성환 의원 역시 “권 후보자님 축하드린다”는 말로 질의를 시작하며 “전임인 박영선 장관이 중기부의 위상을 많이 높여놨다. 농담으로 조용필 다음 순으로 노래를 안부른다는데 박 장관보다 더 훌륭한 장관이 되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질의를 마칠 때에도 “야당에서도 크게 문제를 안삼고 계셔서 장관이 곧 되실 것 같은데. 중기부 내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의 민원 종합적으로 분석해달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 외에 이동주 의원 등이 “장관 내정을 축하드린다”는 말부터 건넸다.

야당에서도 “축하드린다”는 말이 여느 인삿말처럼 나왔다. 단, 야당 측의 축하는 다소 ‘뼈’가 있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권 후보자님, 미리 축하드립니다”라며 “어차피 지금 정부에서 청문회는 요식행위이고, 빠르면 내일이나 모레 장관 되시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장관 내정자가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라고 질의를 시작하면서도 “현 정부가 집권 4년차인데 청문회는 통과의례에 불과하고,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현 정부가 위장전입 등 7대 고위 공직자 인사 배제 기준을 세웠는데, 이것은 적어도 범법자나 사회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들은 국회에서 걸러내 달라는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꼬집었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가 고위 공직자로 자격이 충분한지를 검증하는 자리다. 능력과 전문성, 향후 업무에 대한 비전 뿐 아니라 도덕성, 현 정부와 국정철학이 맞는지까지 다방면에서 검증을 해야 한다. 청문위원들이 검증 과정에서 결격 여부를 평가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대통령이 임명을 해야만 ‘후보자’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다.

그러나 권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 시작부터 장관 임명 과정이 완료된듯 축하가 쏟아진 데에는 여당에서 크게 날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여당 청문위원 측 지적대로 청문회가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뜻의 신조어) 형태의 요식행위가 됐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는 거여(巨與) 구도가 지속되면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후보자가 정식 장관으로 임명된 사례가 이어졌다. 심지어 중소벤처기업부는 초대 장관인 홍종학 전 장관부터 전임 장관인 박영선 전 장관까지 2번 연속으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이 임명됐다. 이 외에도 유은혜 교육부 장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는데도 장관에 임명됐다. 최근 임명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등은 여당이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여당 단독 채택 등 ‘야당 패싱’으로 장관이 된 인사는 이번 정권 들어 박 법무부 장관까지 27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에 현미경 검증을 들이대며 청문회에 열의를 낼 이유가 없다.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청문회가 요식행위로 전락,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정책의 과실도 내기 어려워진다. ‘답정너’식 청문회의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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