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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나가는 ‘K-배터리’…4년전만 해도 이런 날 올줄 몰랐죠” [헤경이 만난 인물-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누적된 휴대폰 배터리 노하우에
장기투자·강한 의지 더해져 성과
4차산업혁명 이끌 ‘제2 먹거리’
산업부에 배터리科 두고 지원해야
전기차 충전 5년내 획기적 변화
휴대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가능
배터리플랫폼 예타 실패 안타까워
전기차시대 기업간 깜짝협력 기대
정순남 부회장이 걸어온 길 ▷1961년생 ▷전남대학교 행정학과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정책학(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경영학(박사)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1983) ▷산업자원부 시장관리과장, 무역정책과장 역임 ▷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경제국장 (2008)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 정책기획관 ▷전남도 경제부지사 (2011~2013) ▷국립목포대 경영학과 교수 (2013~2015)

“한국 배터리 기업이 왜 잘하느냐고요? 휴대폰 배터리 노하우, 10년 이상을 내다본 지속적인 투자, 불굴의 의지가 합한 결과죠.”

제2의 반도체로 일컬어지는 배터리 산업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곳이 있다. 한국전지산업협회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개사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 업체 및 협력업체 100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 배터리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은 한국 배터리산업의 고속성장을 일선에서 체감해 온 산증인이다.

정 부회장은 5년 안에 전기차도 스마트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충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자신했다. 배터리 기업이 네이버, 카카오 등과 손잡고 ‘애플카’와 같은 융복합 성과물을 내놓는 시대도 성큼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전지산업협회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에 상근부회장을 맡을 때만 해도 2차전지라는 말도 생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 막 전기차가 보급되던 때였다.

“처음 이 자리를 추천받았을 당시에는 전지인지 전기인지 말조차 낯설었어요. 당시 만에도 배터리 산업이 이렇게 크게 될 줄 꿈에도 몰랐죠.”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배터리산업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맞이했다. 5년 연속 수출 신기록을 세우며 대표적인 효자산업이 됐다. 회원사도 급증했다. 2017년만 해도 회원사는 40개였지만, 현재 100개가 넘을 정도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내연기관차 업계의 협력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업종으로 대거 전환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무서운 성장세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중소형 배터리 1위의 노하우를 꼽았다. 그는 “배터리의 원리는 소형이든 대형이든 비슷하기 때문에 대형으로 적용할 때 빠르게 인적자원과 기술을 투입할 수 있었다”며 “대표 3사에서 10여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온 신념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 배터리 산업이 커지면서 협회의 역할도 늘었다. 회원사들 애로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와 함께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만드는가 하면 해외에 한국 배터리 상품을 알리는 전시회에도 참가해 홍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배터리 충전기 확충, 사용 후 배터리 활용 문제 등 추가적인 지원책도 강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배터리 산업을 정부의 정책의 중심에 올려놓는 일이다. 그는 “배터리가 아직 신생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정부의 소부장, 디지털, 그린뉴딜 플랫폼에 배터리 산업 안착시켜야 연구개발과 투자가 늘어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배터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금 산업부에서 에너지 분야 차관을 두게 되면서 자동차 미래차과는 만들어졌다. 반도체과, 디스플레이과, 미래차과가 만들어지듯 산업부 안에 배터리과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와 산업부 담당자를 찾아가 이 같은 내용을 수차례 제안했다. 하지만, 결국 배터리과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대신 작년에 산업부 안에 배터리 정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배터리 프로젝트 디렉터’가 생겼다.

“반도체 산업은 정부가 나서서 몇백억원 규모의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배터리 분야는 개별기업에서만 투자를 하고 있어요.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려면 이정도론 불가능합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유럽과 중국을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정 부회장은 정부가 4차 산업을 이끌 차세대 기술로 삼고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규제를 풀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는 워낙 지금은 공급이 부족이기 때문에 자금력의 싸움”이라면서 “수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100조단위의 대규모 투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규모의 자금을 투자해서 어느 정도 해외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진입장벽을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로 자리 잡으면서 안정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원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비싼 코발트를 대체할 물질을 발굴하고, 수율을 높이는 정교한 공정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토록 갈 길이 먼 데 정부의 지원은 적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 부회장은 “작년 초에 산업부에 총 8000억을 들여 배터리 전주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올렸지만 떨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작년 배터리의 날을 처음 제정한 것은 그래서 뜻 깊다. 협회의 큰 행사인 인터베터리의 날(11월 1일)을 배터리의 날로 정했다. 작년 가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이유로 배터리날 행사를 열진 못했지만 올해는 1·2회 행사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배터리 성장을 함께 도모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5년 안에 전기차를 충전하는 방식이 휴대폰과 같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기차 충전소가 확대되고 배터리 교체식 충전 방식 등이 도입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전에 없던 기업 간의 깜짝 협력도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휴대폰 회사가 자동차를 만드는 ‘애플카’처럼 한국 배터리 기업도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IT기업과 손을 잡고 창의적인 사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4차산업 시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예측 불가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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