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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교체 원하나 야당 못 믿어…검찰개혁 바라나 文정부는 아냐”[정치쫌!]
文대통령·與野 지지도 동반하락
검찰·법원 신뢰도 염려 수준으로
“포용·협치…가진 쪽이 먼저 양보”
‘포스트 코로나’…통합 물꼬 터야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촛불’이 만든 문재인 정권도 임기 말의 전(前) 정권처럼 국정운영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정부 여당 뿐 아니라 큰 선거에서 4연패를 한 제1야당도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정권유지’보다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많이 나온 여론조사에서도 여당 지지도가 야당을 앞선다. “정부 여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야당도 믿지 못하겠다”는 게 민심이라는 얘기다. 검찰과 법원 등 사법부의 ‘불신’도 행정·입법 권력에 못지 않다.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촛불정권’인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들이 꼽은 최우선 과제이기도 했다. 여전히 권력기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은 중하지만, 조국·추미애 전·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등 현 정부의 개혁방식에 대한 반대 여론은 더 강하다. 검찰·법원은 수술대에 올라야 하지만, 지금 정부 여당이 ‘집도’해선 안된다는 게 역시 민심이다. 입법·행정·사법권력이 당면한 총체적 이고 국민적인 신뢰 위기이다.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 지난 18~22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2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53.2%(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이하 자세한 내용은 각 여론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나타났다. 그나마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개각 이후 반등한 값이다. 하지만 부정평가가 지난해 말부터 50% 후반대에서 ‘레임덕’ 시작의 바로미터로 칭해지는 60% 초반대를 넘나드는 등 안도할 수 없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는 것은 반복되는 코로나19 확산, 늦은 백신 공급 논란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당 지지율은 여당인 민주당이 1.9%포인트 오른 32.8%를 기록하며 28.6%로 국민의힘을 8주만에 앞질렀다.

지난달 8일 오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으로 향하는 백혜련·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

다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당장 3개월도 남지 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선전하고 있다. 상당수 국민은 문 대통령과 함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당도 정당 지지도로는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도 추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9년 기준 서울시민이 갖는 신뢰도. [서울서베이]

사법부의 신뢰도도 떨어지는 폭이 우려스럽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매년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발간하는 ‘각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법원의 신뢰도는 각각 31.0%·35.3%였다. 2012년 두 기관의 신뢰도는 근 50%(각각 47.2%·50.5%)였다. 8년만에 각각 16.2%포인트, 15.2%포인트가 떨어졌다. ‘조국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충돌한 이른바 ‘추·윤 갈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지지하지만, 현 정부의 방식에 대해선 부정적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가 한겨레의 의뢰를 받아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27~29일 벌인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41.9%는 “취지는 옳았지만 절차·방법에 무리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취지와 절차·방법 모두 잘못됐다”는 응답이 33.9%, “취지와 절차·방법 모두 옳았다”는 응답은 17.2%였다. 검찰개혁 취지에 동의하는 이들이 여전히 절반을 훨씬 웃돌 정도(59.1%)이지만, 현 정부의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은 이보다 더 많다(75.8%)는 얘기다.

공공기관 신뢰도도 낙제점이다. 서울시가 펴낸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서울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10점 만점에서 5.41점으로 겨우 반타작을 했다. 가족·친구에 대한 신뢰도(각각 8.74점·7.16점)에 비해 턱없이 낮다.

요컨대, 삼권과 삼권 분립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난 상황에선 더욱 문제다.

삼권 분립에 기초한 국가권력의 신뢰 리더십을 재구축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대통령제에 고유한 권력 집중을 제도적·정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의 반성과 제도적 개선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용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 주호영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

정치권 원로들은 문 대통령이 최근 신년사에서 포용을 강조한 만큼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와 장관은 물론, 야당과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금이라도 더 가진 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책을 인정하고, 고개 숙여 사과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먼저 협치의 리더십을 띄우는 순간, 삼권분립 각 주체도 ‘권력을 지키려는 쪽’과 ‘권력을 뺏으려는 쪽’으로 갈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극단적 양당 구조,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에 따라 진영 싸움에 지친 국민도 다시 눈길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 곧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온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통합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20대 국회 부의장 출신의 주승용(4선) 전 의원은 통화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삼권분립의 각 주체는 진영 싸움을 하는 것 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권력 분산의 구체적 방안으로 개헌도 거론됐다.

20대 국회 당시 원내 제3당에 몸 담은 바 있는 정병국(5선) 전 의원은 독일식 의원 내각제를 제시했다. 그는 “다당제를 기반으로 연정이 이뤄진다면 극단적 대립은 있을 수 없고, 각 진영도 국민 기대에 맞춰 보다 건전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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