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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희의 현장에서] 시장 보선 ‘그때 그 사람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여야 정치권엔 남 얘기다.

박영선, 안철수, 나경원, 오세훈…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낯익은 이름들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또다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맞붙는다. 등장인물은 그대로, 배경시간대만 바뀌는 드라마 수준이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어게인(Again) 2011’이란 평가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유다.

여야 주자들의 대진표는 완성됐다. 한 발 먼저 출마 선언이 쏟아진 야권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른바 ‘빅 3’를 형성했다. 여권에서는 전날 사의를 표명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메시 vs 호날두’의 승부를 예고했다.

대부분 2011년 고(故) 박원순 전 시장 등장 당시 인물이다.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투표 무산으로 사퇴,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다. 안 대표는 박 전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통 크게’ 양보했다. 나 전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으나 패했고, 박 장관은 박 전 시장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박 장관과 우 의원은 2018년 서울시장 경선에서 박 전 시장과 맞붙기도 했다.

이들의 출사표에 정치권은 들썩인다. 경선 레이스의 승자는 누군지, 막판 단일화가 이뤄질지 각본 없는 드라마가 초미의 관심사다. 동시에, 멈춰선 정치권의 시계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10년의 세월 동안 여야 모두 새로운 인물을 키워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해 내내 ‘꿈틀이’를 찾아 헤맸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수차례 ‘40대 기수론’ ‘당 밖의 꿈틀거리는 사람’을 언급했지만 정작 서울시장 보선판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홍정욱 전 의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등 수많은 이름이 명멸했을 뿐이다.

여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 만난 한 야권 인사는 “여기(야권)도 그렇지만 저기(여권)도 마찬가지네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청와대가 이번주 개각을 단행하고 박 장관이 사의를 표명, 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야권의 보선판이 ‘그때 그 사람들’ 위주로 짜인 것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여당이 해소해준 셈이 됐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서울시장선거는 정치적 의미가 극대화되며 정치 신인이 나서기 어려운 판이 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자연히 거물급 주자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쉽다. 이들의 경쟁 혹은 단일화 여부에만 이목이 쏠리면서 정책공약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어쩌다 ‘뉴페이스’가 도전장을 던져도 ‘이름값’에 밀려 구석으로 내몰리기 일쑤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한 주자는 “‘어게인 2011’이 아닌, ‘비욘드(beyond) 2011’이 돼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다크호스’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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