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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혼’하겠다는 2030에게 물었다…저출생률 해법은?[인구 데드크로스 비상④]
미혼 남녀 4명중 1명은 ‘비혼’ 결심했다
“비혼은 이상, 일종의 다짐”, “경제적 이유, 비혼은 현실”
정상가족 틀 벗어나야…“비혼모·비혼부가 어때서”
지난 11일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씨가 아들 젠과 함께 주먹을 쥔 사진을 올렸다. [사유리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이제 비혼(非婚)은 현실이에요. 비혼을 결심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결심해야 하는 시대인거죠.”

몇 년 전부터 비혼을 다짐한 직장인 장정우(26·남)씨는 결혼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최근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주의’를 선언한 2030들이 늘었다. 실제로 20~30대 미혼남녀 중 ‘비혼’을 계획하는 응답자도 4명 중 1명 정도에 이르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달 12월 20~30대 성인 1185명을 대상으로 ‘비혼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2%가 비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는 93.7%가, 남성 응답자는 69.2%를 차지했다.

20~30대 미혼남녀 1025명 역시 ‘향후 결혼을 할 계획인가’에 대한 답변으로 24.8%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혼을 계획한다고 답했다. ‘언젠가 결혼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1.5%, 43.7%는 ‘잘 모르겠다(미정)’에 그쳤다.

이들이 말하는 ‘비혼’ 사유는 비단 경제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씨는 “경제적인 이유 말고도 개인이라는 삶의 단위를 가족으로 넓혀야 하는 당위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커리어에 대한 존중이 높아졌고 결혼이라는 사회제도 안에서 길러졌지만 부모님 세대의 희생을 지켜본 것이 큰 요인이다”고 했다. 개인의 성공이 아닌 가족의 안위만을 보고 달리도록 만든 사회 제도에 대한 반발이 크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비혼을 결심한 직장인 김지현(25·여)씨는 “비혼은 현실이 아닌 이상”라고 못박았다. 김씨는 “경력 단절, 시댁 혹은 처가와의 갈등을 겪기 싫기 때문에 ‘이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하는 일종의 다짐”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서로가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동거를 하거나 다른 형태의 가정을 가질 생각은 있다”고 부연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이들에게 저출생 해법을 묻자 정씨와 김씨 모두 “아이를 낳는 전제 조건이 결혼일 필요는 없다”고 반문했다.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씨처럼 결혼 없이 아이를 낳는 미혼모, 미혼부를 지지하고 정상가족 이외에서의 출산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씨는 “내가 능력이 되면 남편은 없어도 아이는 있었으면 하기도 한다”며 “주변에서 가정 내 문제로 이혼하는 경우도 보았고 개인적으로는 이혼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다”며 “완벽한 정상가족에 대한 환상이 없다”고 했다.

장씨 역시 “무엇보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공동체에서 자녀의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장씨는 “능력이 있다면 아이를 가질 수 있고, 자라난 아이를 사회가 ‘남들과 다른 슬픈 출생의 비밀을 가졌다’고 여기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과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혼을 개인의 성공에서 벗어나는 탈선이라고 여기는 시선을 버리고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아도 사회가 이를 지지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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