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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 낳기도 버거워요”…‘둘째’가 없는 사회 [인구 데드크로스 비상④]
둘째 낳고 싶어도…경제적·양육부담 등으로 포기
둘째 이하 출생아 13.4만명…비중 44.3% 불과
일·양육 병행 여건 만들어야…“정부·기업 위기의식 필요”
경제적 이유와 양육 부담 등으로 둘째를 갖고 싶어도 포기하는 젊은 부부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둘째 이하 출생아 수는 2015년 20만9783명에서 2019년 13만4199명으로, 비중은 47.8%에서 44.3%로 감소했다.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1. 20개월 아들을 둔 직장인 A(35)씨는 둘째를 갖고 싶지만 여건상 당분간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대기업에 다니지만 최근 ‘영끌’로 내 집 마련을 한 상황이라 두 번째 육아휴직을 쓸 때 경제적 공백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복직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 둘째 출산 후 현재 자리로 돌아올 수 없겠다는 걱정도 컸다.

#2. 네 살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맞벌이 직장인 B(34)씨는 등·하원 도우미로는 종종 일어나는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B씨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거나 다쳤다는 연락이 오는데, 누군가는 조퇴하고 달려갈 수밖에 없다. 간밤에 아이가 열이 오르기라도 하면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어 막막하다”며 “양가 부모님이 지방에 사시니 급하게 도와주러 올 사람도 없고, 조퇴를 더 쓰기도 눈치가 보이는데 둘째 낳기는 언감생심”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둘째 낳기를 포기하는 사례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양육 부담 증가, 경력 단절 우려, 난임 지원 부족 등 젊은 부부들이 직면하는 여러 문제가 둘째를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상황에 처하게 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출생아 30만2676명 중 둘째 이하는 13만4199명에 불과했다. 둘째 이하 출생아는 2015년 20만9783명, 2016년 19만3311명, 2017년 16만9917명, 2018년 14만9972명 등으로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전체 출생아 중 둘째 이하 비중은 2015년 47.8%에서 2019년 44.3%로 감소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생률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저인 0.84명으로 떨어졌다. 인구 유지 수준인 2.1명의 절반도 안 된다.

젊은 부부들이 외동을 원해서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조사와 유한킴벌리 2019년 조사를 보면 이상적인 자녀 수는 각각 2.21명과 1.72명으로, 둘째를 꿈꾸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현실이 꿈을 접게 만든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맞벌이를 안 하면 키우기가 어렵다. 누구 하나는 벌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며 “결국 엄마가 슈퍼우먼이 아니면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년)에 196조원을 쏟아부으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0~1세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영아수당을 신설하고 출산 시 200만원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는 등 금전 지원 위주여서 효과를 장담할 수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들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주체”라며 “아이가 일정 연령에 이를 때까지 마음 놓고 키울 수 있게 재택근무, 근무시간 조절 등 노동과 조직문화에 시·공간적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한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은 별도의 기관에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신청해서 회사에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공동체적 위기의식으로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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