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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외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소연 옮김, 문예출판사)=재치있는 글쓰기로 두터운 팬층을 지닌 일본의 대표 조류학자 가와카미 가즈토가 닭의 진화의 역사를 흥미롭게 기술했다. 치킨 중 상당부위를 차지하는 가슴살은 닭의 먼 조상이 꿩과인 적색야계에서 가금화된 조류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가슴살의 비중은 전체의 30%로 닭다리와 비슷하다. 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가슴살에서 나온 것이다. 닭 부위 중 날개 아랫부분은 두 개의 뼈 사이에 있어 발라먹기 힘든 부위로 악명이 높지만 탄력있는 육질로 인기가 높다.안심 역시 맛있지만 힘줄이 걸림돌이다. 이 힘줄은 어깨의 외축을 우회해 상완골의 등쪽에 달라붙어있는데, 안심은 이 힘줄 한 가닥으로 자신의 근력을 팔에 전달하여 날개를 들어올린다. 비둘기는 이 힘줄을 자르면 날아오르지 못한다. 이렇듯 진화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닭발은 왜 단풍잎 모양일까? 새는 왜 목을 앞뒤로 흔들까? 종아릿살을 맛있게 먹는 법 등 친근한 닭의 모든 것을 새의 지식과 함께 유쾌하게 풀어냈다.

▶제품의 언어(존 마에다 지음, 권보라 옮김, 유엑스리뷰)=“요즘 시대에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먼저 컴퓨팅 기술을 이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MIT 미디어 랩 교수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의 총장을 역임, 공학과 디자인 경계를 넘나드는 이력을 지닌 존 마에다는 미래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한다. 기술과 디자인의 연결고리인 제품의 언어, 프로그램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디지털 기술은 일상에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의 계기판 아래,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뒤, 컴퓨터 화면 속에 고유의 디지털 기술이 존재한다.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하면 디자인할 수 없는 제품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혁신적인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 내려면 제품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디지털 문법 이해는 필수다..저자는 디지털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디지털 문법의 특징은 무엇인지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디지털 시대엔 품질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뀐다. 완벽, 완성과 동일시되지 않는다. 기술의 성지에서 품질은 완성되지 않은 제품이 세상이라는 야생에 내던져져 살아남는 방법을 관찰하며 수정하는 것으로 새롭게 정의된다. 디지털 기술과 컴퓨팅 사고, 디지털 세상에서의 디자인 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파올로 코녜티 지음,최정윤 옮김, 현대문학)=‘여덟 개의 산’으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프랑스 메디치상, 영국 펜상을 수상한 작가 파울로 코녜티의 불안한 시대 청춘들을 위한 소설. 온몸에 피어싱을 하고 머리를 알록달록 물들인 채 장례식장에나 갈 법한 옷차림으로 나다니는 소피아 무라토레는 불안과 질풍노도의 한가운데 있다. 임신으로 화가로서의 꿈을 접게 돼 우울증에 걸린 엄마처럼 될까봐 혹은 자동차 엔지니어로 기계처럼 일하는 아빠처럼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될까 봐 소피아는 두렵다. 그 때 진보적 성향의 고모 마르타가 소피아를 돌봐주기로 하면서 그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꼭 자기 자신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배우가 되길 꿈꾸며 밀라노의 작은 동네에서 로마 영화학교로, 더 멀리 뉴욕으로 떠난다. 열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은 소피아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보다 연결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을 보인다. 이들은 모두 존재론적 고통과 불안을 갖고 있다. 시시각각 기분이 바뀌고 걸핏하면 화를 내는 엄마, 예민한 딸과 아내 사이에서 단순한 삶을 꿈꾸는 아빠, 작가 지망생이지만 자신만의 글을 쓰지 못하는 피에트로까지….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의 힘이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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