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부동산 실정 첫 사과, 실효적 공급대책 제시해야 진정성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부동산 문제로 문 대통령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취임 이후 줄기차게 강조했던 투기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24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전셋값이 폭등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찍자 결국 공급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선의로 가득 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귀결된 까닭은 한 마디로 도심 주택에 대한 시장의 수요에 응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교육, 직주 근접 교통 환경을 찾아 도심으로 몰리는 수요에 부응하기보다는 ‘가진 자’의 투기적 수요를 옥죄는 규제에만 몰두하다 보니 백약이 무효였다. 병의 진단이 잘못됐으니 처방전이 먹힐 리 없었던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논리로 풀 주택 문제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등 주요 나라가 도심의 주거 공간을 확대해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서울은 다른 방향으로 갔다. 지난 20년간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낮추고, 역세권 등 도심 개발에는 난개발 딱지를 붙여 제한을 가했다. 뉴타운사업은 취소되고, 재건축은 초기 단계부터 철퇴를 맞아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누가 봐도 공급 부족은 예견된 일이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2만9000여가구로, 지난해보다 40% 이상 쪼그라든다는 통계가 잘 말해준다. 그러는 사이 집값은 다락같이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3.3㎡(평)당 4000만원을 넘었다. 1년 사이 20% 넘게 급등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2322만원) 이후 3년6개월 만에 74% 오른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문 대통령이 이제라도 부동산 정책의 물줄기를 공급 쪽으로 돌린 것은 다행이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실정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설 전에 내놓겠다는 주택 공급 방안에 현 상황을 타개할 실효적 대책이 담겨야 한다.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 고밀개발을 통한 도심 공급 확대 방안은 변화의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도심 공급의 젖줄인 재건축 문제를 정면돌파하지 않고 피해 간다면 공급 효과는 반감된다. 시장에 즉각적 공급 사인을 줄 수 있는 양도세 한시적 완화 조치도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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