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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식의 감성여행] 신안군 압해도와 분재공원 애기동백

안내판마다 천사(1004)섬 표기가 들어온다. 신안군은 섬과 바다의 천국, 섬으로만 이뤄진 유일한 자치단체다. 유인도 74개와 무인도 1,000여개,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3,500여개 섬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전체 섬의 1/3이 여기에 있다. 

  
압해도는 목포역에서 20여분이면 닿는 신안의 관문이고 중심이다. 낙지가 발을 펴고 바다를 누르고 있는 형상이라서 압해도(押海島)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압해도에는 용(龍)자 돌림의 지명이 많다. 용도, 용출도등 부속 섬을 비롯 가룡, 거룡, 복룡, 신룡, 회룡등 압해도의 형상이 비상하는 용의 모습을 그대로 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2008년 압해대교가 놓여 목포와 연결되었고 2013년도엔 김대중대교를 통해 무안과도 연결되어 섬이라기보다는 육지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 신안군청도 목포 더부살이를 끝내고 2011년에 옮겨왔고 2019년에 천사대교 개통으로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까지 연결되면서 서남해안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로 인해 여러 섬들을 연결하는 여객선으로 붐비던 압해도 송공항과 암태도 오도항은 천사대교를 구경하는 관광객과 몇 개의 노선 운행하는 항구로 움츠려 들었다. 얼마 전 천사대교 아래를 운행하는 세일요트를 도입,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하며 재탄생중이다.


송공항은 낙지축제를 했을 정도로 뻘낙지(=갯벌 낙지) 집산지이기도 했다. 지금도 송공항 주변엔 낙지거리가 조성되어 대형횟집들이 즐비하다. 뻘 속의 영양분을 진하게 머금은 힘 좋은 신안 뻘낙지 탕탕이회와 부드러운 연포탕, 맛깔스런 전라도 찬거리는 점심때 찾았던 ‘신바다 횟집’ 뿐만 아니라 어느 집에서나 맛 볼 수 있다. 신안은 서남해안 바다와 뻘에서 나오는 먹거리들로 입맛을 자극하는 것들이 많다. 여름철 민어는 최고의 보양식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흑산도 홍어와 신안 병어, 그리고 뻘낙지, 짱뚱어 등을 신안 5미로 일컫고 있다. 그 외에도 국내생산의 70%를 점하는 천일염과 새우, 우럭, 김등 바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압해도 무화과, 자은도 대파, 비금도 시금치 등, 섬 특산물도 풍부하다. 저녁식사를 했던 압해대교 밑 ‘서해 횟집’에서의 낙지 초무침, 낙지비빔밥, 우럭회, 신안군청 근방의 ‘꽃피는 무화가(家)’에서의 아침 전복해초 돌솥밥은 바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압해도의 모든 음식점들은 신안지역 바다의 맛을 총망라 하고 있었다.    
  압해도엔 아직 고급호텔이나 리조트는 없지만 아름답고 고즈넉한 곳에 어여쁜 펜선, 석양 또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들이 즐비하다. 우리가 묵은 소풍펜션에서도 뻘밭 끝자락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다. 추위가 아니라면 손에 잡힐 듯 두드러지는 밤하늘 별빛아래 옹기종기 앉아 짠내 품고 불어오는 바람과. 고요속에 들려오는 파도소리. 그리고 들꽃의 향기와 함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섬에서의 숙박은 특별한 묘미가 있다.

  12월엔 꽃잎 하나하나를 흩날리며 떨어지고 새로운 봉오리들이 맺혀가는 애기동백꽃을 지나칠 수 없다. 봄이 멀지않았음을 미리 알리려는 듯 가장 추운 한겨울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압해도엔 1km이상에 달하는 ‘참말로 좋구만 천사섬 애기동백길’이 있다. 송공산 남쪽자락에 10ha 부지에 조성한 천사섬 분재공원이다.

  다도해가 펼쳐진 바다정원에 분재원, 조각공원, 미니수목원, 미술관, 삼림욕장등이 있는 예술 공원이다. 2020년 전라남도에서는 꼭 가봐야 할 블루이코노미(청색경제) 명품 숲에 선정하기도 했다. 적색, 백색, 분홍색 애기동백꽃 1만7천여 그루 꽃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겨울 여행지이기도 하다. 송공산 자락 전망대까지 30여분은 족히 걸어가야 하는 연인들의 이벤트 길이다. ‘내 마음을 꼭 잡아’ ‘내손을 놓지 마’등 낯간지러운 어구의 현수막과 ‘사계절 꽃피는 플로피아(플라워+유토피아)섬 신안 우체통’, 그리고 곳곳의 동백꽃 관련 시구들이 잠깐 잠깐 발길을 멈추게 한다.    
  겨울추위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에 휴식과 여유를 주는 생태공원이다.


『 뭍과 이은 섬 아닌 섬
   천혜의 보고 천사섬의 관문
   바다를 지배하는 섬 압해도(押海島)
 
   오천만 평 해원(海園)이 바라보이는
   송공산 남쪽 기슭
   아늑히 들어선 천사섬 분재공원
 
   갸륵한 나눔과 베품이 낳은
   재인의 영혼이 담긴 기목비각(奇木秘刻)
   1004 만송이 아기동백 군락지
 
   까막까치 가리지 않고
   멀리 가까이서 찾는 발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끊이지 않으리 』
                - 김양호 님의 <천사섬 분재공원>-


  분재공원 한편으로는 ‘저녁노을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애기동백꽃 필 때마다 이에 맞춰 동백꽃 그림 전시를 한다. 미술관은 바다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자연 경관과 어우러지고 천사섬 신안의 파도를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건축미를 뽐내고 있다.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에 북카페도 설치되어 있지만 코로나로 문이 굳게 닫혀있다. 미술관 계단에서 바라보는 어둠을 향해 달려가는 석양빛도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하루 종일 빛만 있는 거인의 섬 ‘텔레펠리스’가 있다. ‘빛’만 있는 곳에는 휴식이 있을 리 없기에 분노와 혐오만이 가득하다. 고립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섬’ 여행은 해와 달, 밝음과 어둠, 기쁨과 슬픔, 떠남과 머묾을,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느껴보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초행길이든, 다시 찾는 길이든 항상 신선하다. 섬은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통해 삶의 역동성을 자극하는 공간으로선 ‘딱’ 이기에 그렇다.  

   세계적인 흑백사진가 마이클 케냐는 신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신안의 다도해에 매료됐다. 신안은 자연그대로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요즘에는 이렇게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 고 했다.
  내일은 천사대교를 넘어 ‘소작쟁의의 섬’ 암태도를 지나 ‘자비롭고 은혜로운 섬’ 자은도의 아름다운 해변 길을 걸어볼까 한다.


<글.사진 정용식 여행 칼럼리스트>


re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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