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스칼럼]탄소중립과 농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구온난화 위기에 맞서기 위해 취임 즉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지시 이후 4년 만이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채택한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제한하는 것이 목표다. 서명국들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자체 설정하고 이행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돼 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으로 지적받는 중국도 작년 9월 UN총회 연설을 통해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확정하고 유엔에 제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라며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정부의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 차원의 세부 전략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30년간 산업 전반에 걸쳐 세심하고 철저한 탄소절감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 탄소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업과 식품 분야의 인식 전환과 노력도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축산업 생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2.9%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축의 분뇨 처리와 벼 재배, 잔물 소각 등만 포함돼 있고 화학비료와 에너지 사용에 따른 탄소 발생, 농식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거나 폐기되는 과정에서의 온실가스는 빠져 있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비중을 살펴보면 농업 직접 생산 부문이 9~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농식품 배송·소비 등 생산 전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5~10%, 산림이나 기타 토지 이용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비중도 5~14% 수준이다. 이들을 합산하면 농축산업과 토지 이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최대 37%에 이른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온실가스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2050년까지 ‘세계 최초 탄소중립 대륙’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유럽연합(EU)의 그린딜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U 그린딜의 핵심인 ‘팜투포크(From Farm to Fork)’ 전략은 농약, 비료, 항생제 등 화학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업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농산물 생산에서부터 식품 가공, 라벨링, 식습관,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농장에서 식탁까지 모든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농가를 위한 바이오경제, 천연자원 등에 관한 연구 혁신 프로젝트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도 이러한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탄소중립 목표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모든 국가, 모든 산업의 공동 과제다. 책임과 비중을 놓고 저울질할 필요가 없다. 뚜렷한 목표와 전략, 실천 의지만이 필요하다. 농업은 탄소감축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탄소감축의 대안이기도 하다. 농촌이 보유한 녹지와 자연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농업·농촌의 탄소배출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수십년간 시행된 대량생산을 위한 고투입 경작 방식과 공장식 축산의 영향이 크다. 탄소중립, 환경친화적 농업이 지속 가능한 농업, 지속 가능한 지구를 향한 유일한 해법이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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