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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韓 동결자산 백신구입비 전환 ‘인상 요구’…美달러 환전 보장 노리나
韓 국제전 확전 경계…교섭 대표단 급파

한국 선박을 나포한 지 하루만에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원유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 5600억)를 우리 정부가 “인질로 잡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억류는 정부와 이란 당국은 동결된 대금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입에 활용하기 위한 비공개협상이 마무리되기 직전에 발생했다.

6일 외교부는 억류된 선박과 선원들을 풀기 위한 교섭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담당 지역 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이 이란 현지에 급파돼 이란 측과 양자 교섭을 통해서 이 문제의 현지 해결을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란 측에서 ‘기술적 문제’로 선박을 억류했다고 설명한 만큼, 이란에 대한 비난·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과 국제사회와 별개로 양자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한국 선박을 억류된 시점이 동결대금을 코로나19 백신 구입에 사용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 차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방문하기 직전 발생했다는 점이다. 최 차관은 10일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AP통신을 비롯한 서구권 주요 매체들은 이란 정부가 동결대금 70억 달러를 받아내기 위해 한국 선박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무부도 사건 발생 직후 성명을 통해 이란 정부가 미국의 제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한국 선박을 억류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이란 정부가 최 차관에게 억류된 선박을 연계해 백신구입 비용을 높게 책정해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초 대납문제는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특별승인까지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지만, 대금을 달러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고 여긴 이란이 결정을 못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 당국은 우리 정부가 책정한 백신 구입비용이 낮게 책정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정부와 외신은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의 원인이 당초 공개된 ‘기술적 문제’가 아닌 대이란 제재에 대한 반발 및 압박에 있다고 분석하고 이란에 압박메시지를 보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 핵전략을 담당했던 전직 외교관들은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가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국무부는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한·이란 협상에 관심을 보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 철강업체 등 15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외신은 이란이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농도를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시점과 이번 사건이 겹친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양자간 협의를 추구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19년 영국과 일본의 선박이 나포·피격됐을 당시 국제전으로 확전돼 문제해결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과 이란 사이 중재자를 자처해 이란을 방문했다가 빈손으로 귀국해 외교 실책을 만들기도 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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