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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낸 하청은 면책, 원청만 처벌”…중대재해법 부작용 불보듯
전경련, 5가지 문제점 보고서
근로감독관 대신 경찰이 안전점검
하청 의존도 높은 중기 수주 감소
경영책임자 의무사항 규정도 모호
주요기업 생산기지 해외이전 유인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도크에서 LNG선이 건조되고 있는 모습. [한국조선해양 제공]

‘사고가 난 하청업체는 면책되고, 용역 준 원청업체만 처벌받는다’

여야가 오는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재계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초래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하청업체는 면책되고 원청업체만 처벌 ▷투자 위축에 따른 하청업체 수주 감소 ▷해석이 모호한 의무조치 조항 ▷근로감독관제의 유명무실화 ▷기업의 탈코리아 가속 등 중대재해법으로 예상되는 부작용 5가지를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정부안은 하청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청까지 함께 처벌받게 돼 있다. 사업주나 법인이 제3자에게 용역이나 도급을 한 경우에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제3자와 공동 부담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청업체를 제외한 채 하청업체의 규제 범위만 완화해줬다는 점이다. 논의 중인 정부 합의안 부칙엔 ‘근로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규모가 작은 하청은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2년간 면책된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사정을 감안한 조치이지만, 이러다보니 사고의 직접 당사자(하청업체)는 처벌 받지 않고, 오히려 간접 당사자(원청업체)만 처벌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법으로 하청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수주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비용 부담이 커져 사업 확정을 주저하거나 도급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중소기업 중 수급을 받는 기업 비중은 42.1%로, 수급기업의 매출액 83.3%는 위탁기업 납품에서 나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법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 조항을 모호하게 규정했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꼽혔다. 현재 정부안 3, 4조에는 사업주 등의 의무사항을 ‘안전 또는 보건에 관한 관계 법령의 준수에 필요한 조치’라고만 명시돼 있다. 전경련은 “소유자, 운영자, 관리자 등이 복수로 존재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누가, 어느 정도까지 이행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는 인력의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 산업안전보건법은 해당 분야 전문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를 전담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중대재해법은 노동관계법령에 포함되지 않은 법무부 소관법률로, 일반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전경련은 “일반 경찰이 직접 산업현장의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를 수사하게 돼 전문성이 떨어지고 경찰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려는 근로감독관 제도의 도입목적도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이은 규제입법 강화로 국내 기업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유인이 커지는 등 오히려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제기됐다. 추광호 전경련 상무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강도가 이미 세계적으로 강력한 수준”이라며 “기업규제3법, 노조법 등에 이어 중대재해법마저 제정되면 국내 기업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아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유인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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