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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호의 현장에서] 아이돌 오디션만도 못한 국회 인사청문회

“네가 나중에 아이돌이 될지, 장관을 할지 알 수 없는데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조심해야 하지 않겠니?”

최근 만난 한 중학교 교사는 소위 ‘왕따’를 주도했다고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한 학생을 이 같은 말로 타일렀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이제 장관 얘기는 빼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사청문회와 아이돌 오디션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수년 전 당시 여당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는 국민 오디션과 같다. 개인 꿈을 위한 스타오디션도 가혹하게 심사를 한다”면서 “국민의 꿈을 책임질 내각 청문회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철저하고 치열하게 하겠다. 부패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스스로 국민오디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오르지 말고 내려오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연예인은 공인이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디션과 청문회는 다르다. 하지만 자격과 자질을 ‘검증’한다는 점에선 일견 비슷하다. 두말할 것 없이 그 기준이야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가 더 높고 강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청문회가 청문 대상을 감싸거나 청문 대상에 대한 비판을 변호하는 용도로 변질됐다. 오디션 지원자들에 대해 ‘국민 청문위원’은 눈에 불을 켜고 검증해 자격 없는 사람들은 끌어내리지만 ‘국민 대표인 청문위원’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는 ‘사고를 친’ 청문 대상자가 나와도 ‘예외적 통과’가 되기 일쑤다. 아니, 오히려 통과 못하는 사람이 예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한 사례는 26회에 달하며, 논란의 ‘변창흠 보고서’ 역시 무소불위의 힘을 쥔 여당에 의해 채택됐다. 문 대통령조차 “구의역 발언 등은 충분히 비판받을 만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여당이 주장하는 후보자의 ‘역량’이 이를 덮었다. 연예인이 사고를 쳐도 “재능이 뛰어나니 계속 기회를 주고 대규모 콘서트 활동을 지원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이는 당사자의 반성 여부를 넘어서는 문제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과거의 ‘막말’과 ‘갑질’로 무너지는 아이돌들을 보며 본인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 그러나 국회청문회의 프리패스는 적지 않은 어른들에게 이 정도 발언으로는, 이 정도 갑질로는, 이 정도 표절로는 소위 ‘출세’하는 데에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음을 시사할 수밖에 없다.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는 순간, 향후 이 같은 도덕성 파괴행위의 상한이 어디인지조차 알 길이 없음은 물론이다.

또 다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나왔고, 여느 때처럼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학교 일진 학생들이 할 법한 “‘의원님들 꼭 살려주십시오’ 해보세요” 하는 발언은 논란 축에도 못 끼는 모양새다. 물론 댓글에 의한 마녀사냥과 달리 청문회에서는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다만 확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비판의 소지가 크다면 공직자로서의 자격을 박탈하는, 청문회의 당연한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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