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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가루 반죽처럼 섞으면 ‘기능성소재’ 뚝딱 완성!
- 액체 갈륨에 그래핀 넣으면 전자파 차폐 소재, 다이아몬드 섞으면 방열 소재로 변신

기능성 복합소재를 형성하는 과정.[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밀가루에 첨가물을 넣어 반죽의 맛을 내듯, 각종 입자를 섞어 원하는 물성을 가진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은 액체 상태의 갈륨(Ga)에 각종 충전 입자를 혼합한 기능성 복합소재를 개발했다. 혼합된 입자의 종류 및 양에 따라 물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반도체 등 전자 분야 다양한 응용이 기대된다.

반도체 및 트랜지스터 제작에 필수적인 갈륨은 20세기 인류 문명의 발전을 견인한 핵심 원소이다. 예컨대 질화갈륨을 이용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의 개발로 현재의 LED TV가 탄생할 수 있었다. 갈륨 소비의 98%가량이 반도체 및 전자 산업에 집중될 정도로 현대인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하지만 우수한 물성에 비해 성형이 어려워 제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순수한 갈륨의 녹는점은 29.8℃로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게다가 표면장력이 높아 액체 상태에서 서로 분리해내기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순수한 갈륨에 다양한 충전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 한계를 극복했다. 액체 상태의 갈륨에 충전재를 혼합하면 액상 상태에서 밀가루 반죽과 같은 꾸덕꾸덕한 상태로 변형된다. 춘훼이 왕 연구위원은 “갈륨에 충전재를 혼합하면 금속의 표면 장력을 감소시켜 가공이 쉬운 형태가 된다”며 “반죽 형태의 복합소재는 별다른 표면 처리 없이도 소자의 표면을 코팅하거나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충전재에 따른 응용 분야도 확인했다. 우선 액체 갈륨에 환원된 그래핀 산화물을 혼합하여 만든 기능성 복합물은 전자파 차폐 소재로 응용할 수 있다. A4 종이에 액체 갈륨과 산화그래핀을 혼합한 복합 소재를 코팅하자 최대 75dB(데시벨)의 전자파 차폐 성능을 나타냈다. 기존 산화그래핀의 차폐 효율(20dB)을 3.8배가량 향상시킨 것으로 상업용(30dB 이상)은 물론 군사용(60dB 이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차폐 성능이다.

또한 다이아몬드 입자를 혼합해 만든 복합소재는 방열소재로도 응용 가능하다. 연구진은 UNIST 연구진과 함께 액체 갈륨-다이아몬드 복합 소재의 열전도율을 평가했다. 순수한 갈륨의 열전도율은 약 30W/mK이다. 그러나 액체 갈륨-다이아몬드 복합 소재는 다이아몬드 입자 크기에 따라 최대 110W/mK의 열전도율을 보였다. 열전도도가 높을수록 열전도가 잘 되므로 전자기기의 발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유리한 소재라는 의미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액체 갈륨과 다양한 종류‧크기의 입자를 혼합하면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합금을 제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이번 연구가 CPU의 방열판, 전자파 차폐 소재, 의료용 임플란트 등 유연한 전자소자가 필요한 분야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월 2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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