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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박원순 분향소도 ‘봐주기 논란’ 경찰, “직무유기” 檢고발성 민원받아
경찰, 서울시 관계자 고발 사건 불기소 의견 송치…진정은 내사종결
경찰 “분향소는 서울시가 금지한 ‘집회’ 아니다” 판단
市, ‘제례’도 집회금지 명령했지만 경찰 “업무상 착오”
서울시가 지난 7월 11일 서울시청 앞에 설치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당시 서울시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되자, 분향소는 제례이므로 집회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서울시 주장대로 분향소는 집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범죄 혐의가 없다고 이달 30일 결론 내렸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경찰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민분향소 설치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가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성 민원이 제기됐다. 당초 ‘제례’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봤던 서울시가 말을 바꿔 분향소를 설치했음에도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은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시장 분향소 사건을 조사했던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팀에 대해 “두 달여 동안 수사 개시를 하지 않고 자의적 유권해석해 봐주기 수사를 한 의혹이 있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성 민원이 이달 30일 대검찰청에 접수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7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 9명을 불기소 의견으로 역시 이달 30일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내용으로 접수된 진정 민원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며 같은 날 내사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분향소는 서울시가 금지한 ‘집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유관 기관 유권해석 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10일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자, 다음날인 11일부터 사흘간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심 내 집회를 금지한다고 고시했으나, ‘제례’는 집회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경찰은 법리 판단을 위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복지부는 일반인 대상의 분향소 설치가 ‘집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보다 좁은 의미의 집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석하지 않았다. 질병청은 “행정기관의 행정조치 해석 권한은 해당 기관에 있다”며 한발 물러났다.

이에 경찰은 서울시가 분향소처럼 제례에 해당하는 종교시설 예배에 집회금지를 명령한 사례를 조사했다. 서울시는 지난 3~4월 집회금지 명령을 내린 사랑제일교회가 일요예배를 강행하자, 담임목사인 전광훈 목사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사랑제일교회 집회금지명령 공문을 보면, 서울시는 제례 역시 감염병예방법 위반 대상으로 보고 집회금지명령을 했다. 이 공문은 지난 4월에 작성됐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와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당시 집회금지명령 공문을 보면, 서울시는 근거 법령으로 감염병예방법을 들고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당초 제례도 집회금지명령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업무상 착오’였을 뿐, 분향소 설치엔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의 집회금지 고시와 사랑제일교회 집회금지 명령은 각각 다른 부서에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발생 초기 상황이었고 예배 내용이 정치적인 부분이 있어 공문에 ‘집회금지명령’으로 썼다가, 이후에는 ‘집합금지명령’으로 바꿨다고 한다”며 “시청 측의 업무상 착오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는 종교시설 모임에 집회금지 명령을 하고 있다. 서울시도 제례에 집회금지 명령을 내리고 고발했고, 경찰은 이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적 있다”며 “서울시가 법적효력이 있는 행정명령을 업무상 착오로 작성했다고 하자,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이달 29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서울시 부시장 등이 강제추행방조 등으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 분향소 관련 사건은 검찰에 고발돼 경찰에 이첩된 뒤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 처리한 사건”이라며 “야권이나 일부 시민단체에서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다. 경찰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납득이 가 검찰과 여러 차례 협의한 끝에 두 기관이 함께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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