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도 인정돼
“서울대 인턴십확인서 부분은 조국과도 공모”
당사자라 증거은닉 혐의는 무죄로 판단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전격 기소된 이후 1년 3개월간 논란의 중심에 선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은 징역 4년의 실형 선고로 마무리됐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증거조작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뉜 정 교수의 혐의 중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특히 재판부가 허위 인턴 확인서 발급 부분 등에 남편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의 공모를 인정하면서, 향후 조 전 장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는 2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총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 및 추징금 1억3800여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하면서 적용한 총 15개의 혐의 중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된 사문서위조,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보조금관리법 위반, 사기 등 6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딸과 아들의 표창장 및 인턴경력을 허위로 만들어 실제 입시에 사용하면서 대학의 학생 선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시작점이 된 정 교수의 딸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위조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사문서위조죄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 교수 딸의 표창장과 동양대 다른 상장을 비교해볼 때 주민등록번호 유무, 일련번호 위치, 상장번호 기재양식 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 들어 있던 아들 상장과 총장 직인 파일을 사용해 딸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여서 유죄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 “변호인 주장과 같이 강사휴게실 PC 1,2호 전자파일과 포렌식 결과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가정해도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표창장 위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 일시와 장소, 방법이 달랐던 지난해 9월 첫 기소 부분은 무죄에 해당하고, 같은 해 12월 다시 기소한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두 번의 기소가 이중 기소가 아니라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정 교수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혐의에 조 전 장관과의 공모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익인권법센터 확인서 내용은 모두 허위”라며 “피고인은 딸이 인턴 활동 했다는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기로 조국 전 장관과 공모한 점도 인정된다”고 했다. 조 전 장관도 같은 법원의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에서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비롯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향후 관련 혐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을 연구보조로 허위 등재해 인건비 명목으로 교육당국이 주는 보조금을 받은 혐의에도 유죄가 인정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 |
정 교수의 또 다른 큰 갈래 혐의인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 부분에선 주요 혐의인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횡령 혐의가 무죄로 결론났다. 정 교수는 남동생 정모 씨와 함께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약 1억5700만원 상당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겨 업무상횡령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코링크PE 실소유주인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에게 업무상 횡령이 성립하지 않아 공모관계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링크PE는 정 교수 동생과 체결한 투자 약정에 따라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5촌 조카 조모 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없어 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자 지급 논의나 담보 제공 계약 없이 예상 수익을 계산했다”며 “정 교수가 조 씨에게 준 10억원은 투자금”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 씨로부터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의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고 2018년 1~11월 사이 총 7억1300만원 상당의 WFM 주식을 장내외에서 매수한 혐의(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이용) 부분은 유죄(이유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이용을 통한 WFM 주식 매수로 2억36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고, WFM 주식을 취득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그 실물주권 12만주를 한국씨티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거나 동생으로 하여금 보관하도록 해 범죄수익을 은닉했다고 봤다. 또 정 교수가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 공개를 피하려고 지인인 헤어디자이너 등의 계좌를 차명으로 이용해 금융거래를 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증거를 감추기 위해 PC 등에 대한 은닉과 인멸, 조작 등을 교사한 혐의는 무죄로 결론이 났다. 가족의 자산관리를 맡은 PB 김모 씨와 자택 및 동양대 사무실에서 PC를 은닉한 점은 인정되지만, 함께 증거인멸을 한 것이고 공동정범에 해당해 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증거인멸 관련 형사처벌을 물을 수는 없다고 했지만, 조 전 장관 역시 향후 수사에 대비해 자택 및 동양대 PC를 은닉하기로 결심하고, 김 씨에게 은닉을 지시한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동생 정 씨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부분만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면서 “입시 비리는 공정 경쟁하는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과 실망감 야기하고 우리 사회 입시 시스템에 대한 믿음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하며 엄중 처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정 교수가 고위 공직자인 조 전 장관의 아내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을 성실하게 신고할 법적인 의무가 있는데도 범죄수익 은닉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 청문회 무렵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반성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의 위험성 등이 있어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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