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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사’ 이제야 보물 된다…늦은 이유 설명 없어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 3개 소장처 총 6건 대상
삼국사기,삼국유사,조선왕조실록 오래전 국보급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고려사’가 이제야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조선 때 쓰여졌지만 우려곡절을 거치면서 나름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역사책이다.

사대주의(事大主義)적 역사사라는 평가 속에서도 사학계 주류가 정사로 치켜세우는 삼국사기, 여전히 득세하는 식민·사대주의 사학자들이 정사가 아니라면서 애써 외면하는 삼국유사, 관급 기록이라는 지적과 그래도 균형감을 가지려 했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조선왕조실록은 수십년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국보, 보물로 지정된 상태다.

고려사의 보물 지정(예고)이 왜 늦어졌는지를 파헤쳐 보는 일은 여러모로 흥미로울 것 같다. 문화재청은 23일 고려사를 보물 지정 예고하면서 보도자료 첫머리 부터 주석 같은 부가설명을 달았지만, 고대사, 조선사 역사책 보다 중시되지 않은 이유, 왜 고려사만 늦었는지에 대해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이번 ‘고려사’에 대한 보물 지정 예고는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유사(三國遺事),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나라 고대와 조선 시대사 관련 중요 문헌들이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상황에서, 그동안 고려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사서인 ’고려사‘ 역시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새롭게 역사‧학술‧서지적 가치를 검토한 결과라고 밝혔다.

고려사(목판본) 태백산사고본 규장각 소장
고려사 목판본(동아대 석당박물관 소장)

‘고려사’는 당대인 고려 시대에는 정식으로 편찬된 적이 없고, 조선 시대인 15세기에 이르러 옛 왕조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을 목적으로 처음 간행이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 1449년(세종 31)에 편찬하기 시작해 1451년(문종 1)에 완성되었고 1454년(단종 2)에 널리 반포되었다고 하나, 이 때 간행된 판본은 알려져 있지 않다.

고려사 편찬경위를 살펴보면, 고려 말 문신 이제현(李齊賢), 안축(安軸) 등이 편찬을 시도했으나, 완성하지 못했다. 조선 건국 후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정도전(鄭道傳), 정총(鄭摠) 등 고려국사(高麗國史)를 편찬했으나, 현재 전하지 않는다. 이후 1414년(태종 14) 태종이 변계량(卞季良), 이숙번(李叔蕃) 등에게 명해『고려국사』의 수정편찬을 명하였으나, 완성되지 못했다. 결국 세종이 즉위해 고려국사의 오류를 지적해 편찬을 지시했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1449년(세종 31) 편찬에 착수해 1451년(문종 1) 완성되었다. 그러나 바로 인쇄되지 못하고 1454년(단종 2) 인쇄․반포되었다.

조선 창업세력들이 고려의 역사를 무시한 점에 비춰보면, 객관성이라는 역사기록의 핵심 덕목과 조선왕조 쇼비니즘 사이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 139권으로 편찬된 ‘고려사’는 세가(世家) 46권, 열전(列傳) 50권, 지(志) 39권, 연표(年表) 2권, 목록(目錄) 2권으로 구성되었다.

1455년(세조 1) 을해자(乙亥字)로 간행된 금속활자 판본과 그 뒤 중종 연간(1506~1544) 을해자 판본을 목판에 다시 새겼다고 하나, 지금은 1482년(성종 13)에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 1613년(광해군 5)에 을해자본을 번각(飜刻, 뒤집어 다시 새김)해 새진 목판본의 초간본, 1613년에 을해자본을 번각한 목판본의 후쇄본(17~18세기 추정)이 전하고 있다.

을해자(乙亥字)는 1445년(세조 1) 문신 강희안(姜希顏)의 글씨를 바탕으로 만든 금속활자이다. 실물로 남아 있는 동활자 중 가장 오래된 활자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대상은 현존 ‘고려사’ 판본 중 가장 오래된 을해자 금속활자본과 목판 완질본(完帙本)으로,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을해자 2건/ 목판본 2건), 연세대학교 도서관(목판본 1건),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목판본 1건,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04호) 등 총 3개 소장처에 보관된 6건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2종의 을해자본은 비록 완질은 아니지만 현존 고려사 중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며, 2종의 목판본은 각각 태백산사고와 오대산사고에 보관되었던 것으로, 모두 을해자 번각 목판 초간본이자 완질이다. 그리고 동아대 소장본과 연세대 소장본은 번각 목판본의 후쇄본이지만 완질이고, 조선 후기 민간에 ‘고려사’가 유통되어 열람‧활용된 양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고려사 을해자

이들 6건은 고려의 정사(正史)로서 고려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천 사료라는 점, 비록 조선 초기에 편찬되었으나, 고려 시대 원사료를 그대로 수록해 사실관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 고려의 문물과 제도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수록되었다는 점 등에서 역사‧문화사‧문헌학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가치가 인정되었다. 특히, 해당 판본들은 지금까지 전해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목판 번각본이라는 점에서 서지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6건의 ‘고려사’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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