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박사.[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뇌 과학자인 신희섭(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박사가 연구일선에서 물러난다. IBS는 23일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신 박사의 퇴임행사를 개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병선 차관, 서울대 오세정 총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윤석진 원장이 온라인 축사를 통해 신희섭 단장의 국가 및 과학 발전에 대한 노고와 헌신을 기렸다.

신희섭 단장은 서울대 의대 졸업 후 미국 코넬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임상의에서 기초의학자로 진로를 바꾸며, 과감히 뇌라는 인류의 난제 해결에 도전했다. 이후 매사츄세츠공대(MIT)와 포스텍 교수를 거쳐 KIST의 책임연구원이자 뇌과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2012년 7월 IBS의 첫 연구단장으로 선정, 현재까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내 사회성 뇌과학 그룹을 이끌어왔다.

귀국 후 1991년부터 30여 년 간 신 단장은 인간 생명활동의 신비를 풀 ‘뇌’라는 가장 기초과학적인 주제를 탐구해왔다. 기억, 감정, 공감 등 인지기능의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 연구에 유전학을 도입했다. 특히 간질이나 운동마비 등 뇌 신경질환의 발병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IBS 단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인지, 정서, 사회성에 관여하는 뇌의 종합적 작용을 밝혀 왔다. 수면 중 뇌파를 조절해 학습 기억력을 2배 높인 연구, 공감 능력 조절 메커니즘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 공포기억을 억제하는 뇌 회로를 규명한 연구 등 연구성과를 잇따라 발표하며, 197편 이상의 논문을 저명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세계가 주목한 성과를 내면서 호암상(2004년), 국민훈장 동백장(200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2005년) 등 내로라하는 과학상을 휩쓸었고, 과학기술부 1호 국가과학자(2006년)에도 선정됐다. 또한 미국 국립과학원 회원, 미국과학진흥협회 펠로우로 선임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학문적 영예를 얻었다. 한국인 과학자가 세계적 선두그룹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산 증인으로, 후학 양성에도 앞장서며 한국 기초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도영 IBS 원장은 송별사를 통해 “IBS의 1호 연구단장이자 대한민국 과학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위대한 과학자인 신희섭 단장께서 정년을 맞이하시는 영광스러우면서도 아쉬운 날”이라며 “연구단장의 짐을 내려놓으시지만, 원로 과학자로서 경륜과 지혜를 바탕으로 아낌없이 후배 과학자들을 지도편달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신 단장이 이끌던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사회성 뇌과학 그룹은 연구원 규정에 따라 폐지된다. 소속 연구인력은 연구단 내 인지 교세포 과학 그룹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신 박사는 “IBS 단장으로 선임된 덕에 연구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뛰어난 젊은 연구단장들을 보고 배우며 끝까지 뇌 과학 연구에 진지하게 매진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연구단에서 이룩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후배 연구자들이 더 깊이, 더 높게 나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퇴임 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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