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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너머에는 물리학이 있다

투자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굴리는 사람은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가 아니다. ‘채권왕’ 빌 그로스도 아니다. 물리학자 짐 사이언스다. 끈 이론의 중요한 부분을 발견한 과학계 스타지만 투자자들에겐 익숙하지 않다. 짐 사이언스는 1988년 제임스 액스와 함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설립, 메달리온 펀드를 만들어 10년 동안 2478.6%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2위인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 수익률이 1710.1%인 것과 비교하면 더 놀랍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로 알고리즘을 설계해 투자하는 퀀트의 배후에 물리학자, 수학자들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들은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수학자, 물리학자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물리학자 제임스 오언 웨더롤 교수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물리학이 금융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길래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돈의 물리학’(에프엔미디어)은 전혀 만날 것 같지 않은 물리학과 금융이 어떻게 결합, 최첨단 금융공학을 만들었는지 물리학자들의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준다.

퀀트의 역사는 주식시장을 무작위 행보로 기술한 19세기 후반 루이 바슐리에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측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주식시장이 비로소 확률론적 예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바슐리에는 주가가 마치 술 취한 사람의 걸음처럼 무작위 행보를 하며 현재의 시장 가격에는 항상 거래 품목의 모든 가치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주가가 어느 순간에 상승할 확률과 하락할 확률은 같다고 봤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다.

완전한 퀀트는 물리학자 에드워드 소프에 이르러 탄생한다. 소프는 무작위 행보를 토대로 라스베이거스 블랙잭과 룰렛 게임을 평정한 뒤, 퀀트로 돈을 벌어들였다. 소프는 주식시장을 경마와 카지노 게임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겼다. 그는 이전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현대적인 헤지펀드를 발명했다. 여기에는 정보이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프가 제도권 밖에서 활동했다면, 월스트리트에 퀀트를 불어넣은 이는 물리학자 피셔 블랙으로, 블랙은 오늘날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이라고 불리는 것을 완성했다.

책은 금융계로 뛰어든 세계적인 물리학자들의 얘기이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 중심으로 서술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일종의 도박, 투기, 우연의 확률에 관한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대 금융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복잡한 수학적 모형들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금융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할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돈의 물리학/제임스 오언 웨더롤 지음,이충호 옮김/에프엔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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