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뷰] 정성호 예결위원장 “백신·재난지원금 선제 제안, 야당에 고맙다”
“‘역대급’ 예산안 처리…野 협조 덕분”
“선별보단 보편 지원…3조원으로 부족”
與 향해 “곧 추경 얘기 나올 것” 비판도
“가계 부채는 한계…국가가 더 부담해야”
“공정경제 3법, 기업 경쟁력 강화 기회”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bqbtong@heraldcorp.com

대담:이형석 정치부장

지난 2일 국회는 558조원 규모의 2021년도 정부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예산안 심사 법정 기한을 단 이틀 남겨둔 상황에서의 극적 처리로, 법정 기한 이내에 예산안이 처리되는 것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예산안 심사 동안 여야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심각하다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예산안에 포함된 한국판 뉴딜과 추가 재난지원금, 코로나19 백신 확보 예산을 두고 진통을 거듭했다. 당장 코로나19로 가계 경제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또다시 법정 기한을 넘길 경우, 당장 내년도 정부 예산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

이같은 여야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법정 시한 내 합의를 이끌어낸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정 위원장을 만나 예산 처리 과정과 국가 재정 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정 위원장은 야당에게 고맙다는 말부터 앞세웠다. 야당의 협조로 예산안의 이른 처리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예산에서는 야당이 선제적으로 나서 줬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반면, 여당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당장 3조원의 예산만 확보된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두고 “영세 상인들이 설 연휴까지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보편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빠르게 처리됐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의 기대대로 예산안이 처리됐다. ‘역대급’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데 비결은 무엇인가.

▶정부 예산안이 끝까지 잘 처리되려면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결국은 야당의 말을 경청하고 요구사항 듣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항상 야당 의원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고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이번 예산안 처리에 결정적이었던 것은 야당의 예결위 간사였던 추경호 의원이었다. 추 의원이 기획재정부 차관에 국무조정실장까지 맡았다 보니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논의에 나섰고, 법안과 예산을 결부 시켜 생각하지 말자는 제 주장에도 공감하고 협력했다. 결국 야당의 협조 덕에 잘 된 것 같다.

-그러나 처리 과정 중에는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 문제와 재난지원금, 코로나19 백신 확보 예산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예산안 조절이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사실 조정 과정에서 힘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 야당은 한국판 뉴딜 예산안 중 절반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한국판 뉴딜 예산 전체 22조원 중 10조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심사를 진행하고 보니 5조3000억원 정도가 감액됐다. 다른 예산안과 비교했을 때 통상적 수준이다.

야당 위원들도 모두 국정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함께 따져보니 한국판 뉴딜 예산의 70%는 이전에도 추진됐던 ‘계속사업’ 이었다. 삭감 대상이 애초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재난지원금 지원 문제와 코로나19 백신 확보 예산 심사는 야당의 요구를 높이 평가한다. 야당에서 선제적으로 주장해줬기 때문에 통과될 수 있었다. 고맙고 잘했다고 생각한다.

-재난지원금 문제는 오히려 여당 안에서 선별 지원이냐 보편 지원이냐를 놓고 논쟁이 있었다.

▶저는 일관되게 보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해외에서 접종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접종이 좀 늦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마지막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지금 영세 상인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우리 당과 정부는 현재 선별 지원으로 결론을 냈지만, 이를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 확보된 3조원으로는 중소, 영세 상인들이 오는 설 연휴 전까지 버틸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당장 대목인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있다. 부족한 3조원으로 선별지원을 해선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수 있다. 국회에서도 곧 추경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인가.

-그러나 거시적으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지원책이 국가 부채에 너무 의존한다는 우려도 있다.

▶오히려 저는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세 상공인이 당장 망하는데 국가가 돈을 풀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나. 현재 기업과 가계부채는 각 2000조원 안팎이다. 오히려 정부가 부채가 가장 적다. 중소기업이 돌아가야 일자리가 유지되고 세금을 걷을 수 있는데 지금 이대로 내버려 두다가는 자영업자 모두가 파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채무의 40%는 금융성 채무다. 위험한 외국 부채와 달리 채무의 질이 나쁘지 않다. 이럴 때는 국가가 부채 부담을 질 것인지, 가계에 지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가계는 한계이니 국가가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 함께 통과된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쟁 3법’을 두고 재계에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려운 기업의 이해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런데 왜 재계가 최악의 상황만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미 비슷한 법이 시행 중인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어떤가? 제대로 된 기업 감사가 이뤄져서 오너 리스크를 벗어나고 기업의 경쟁력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기업이 최악의 상황을 예상해 우려를 표할 수 있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는 기업에 우호적인 조항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기업 스스로도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들이 걱정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리=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