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IT과학칼럼] 전통과 혁신의 법률시장

‘법(法)’이라는 한자의 어원은 ‘물이 흐른다’는 뜻이다. 즉 물 흐르는 자연스러운 행동방식을 정한 것을 법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러한 법은 민주주의 시대 이전에는 왕조를 위해 봉사하던 시절도 있었고, 독재정부를 위해 봉사하던 시절도 있었다. 헌법에 의해 국민이 주인임이 선언된 이후에도 법이 민주주의 이념을 담아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나라가 민주국가임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아직도 법은 쉽게 소비하기 어렵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각 분야의 정보혁명이 일어나고 산업 자체가 디지털 변환되고 있지만 법에 의해 단죄되는 수사와 재판은 아직도 법정에 머물러 있다. 국민에게는 판사가 선고하는 판례가 거의 제공되지 않고, 검사의 무혐의 결정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판사가 선고하는 판결의 합리성이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국민은 판례에 의해 얻는 교훈이 제한적이어서 일상생활의 나침반이 되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법률산업을 혁신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1500여개에 이르며, 리걸테크 투자전문 벤처펀드도 해마다 13%가량 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리걸테크가 발전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아직 전통산업에 머물러 있는 우리 법률시장에 닥칠 머지않은 미래를 걱정한다. 디지털경제 강자로 부상한 글로벌 인공지능 빅테크들과 조만간 대규모로 성장할 리걸테크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법률산업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법의 영문이 ‘코드(code)’이듯 법률정보는 컴퓨터로 처리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장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장악력을 높여온 글로벌 빅테크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법률데이터시장의 규제가 풀리자마자 선점에 나설 것이다. 뒤늦게 법률산업의 규제를 풀고 데이터를 공급한다면 이는 우리에게 기회가 아니라 종속이 될 것이 명백하다. 요즘 기술의 발전속도에 비춰보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법률은 누구나 소비하는 일반재이지만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잘못 다루면 재산과 생명을 좌우하는 위험한 도구다. 누구나 법률을 몰라 손해 보는 일이 없어야 하고, 누구나 쉽게 법률전문가를 만나 그로부터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위해 법률을 소비하는 방식을 시대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발달한 정보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법률전문가들이 좀더 편리하게 법률정보를 수집하고 신속하게 전문적 판단하며, 법률소비자와 더욱 편리하게 전문적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사무소도 보다 전문적이고 적은 인력으로 쉽게 운영할 수 있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고, 기업 법무팀도 다른 기업의 노하우를 쉽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최근 20여개 스타트업과 함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에 리걸테크산업협의회를 결성하고 협의회장에 취임해 법률산업의 디지털 변환을 위해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협의회는 법률산업을 이끌어온 법률전문가들과 소통하며 법률을 공급하고 소비하는 틀을 혁신하려고 한다. 이는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이 법률을 제대로 소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누구나 법률지식을 필요로 하는 그 어느 곳에서든 편리하게 법률전문가로부터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고자 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