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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로 지금…다시 ‘백남준’을 만나다
비디오 설치로 설치미술·미디어 아트 큰 영향
영국 테이트모던 회고전 이후 국제적 재평가
리안갤러리 서울 ‘NAM JUNE PAIK’展
‘볼타’ ‘호랑이는 살아있다’·판화작품 선보여
안혜령 대표 “우리가 백남준 가치 높여야”
한남 ‘BHAK’서도 백남준 작품 33점 전시
 TV모니터 세 대와 다양한 오브제로 인간형상을 만든 ‘볼타’와 다양한 판화작품.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전경.[리안갤러리·헤럴드DB]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의 갤러리 두 곳에서 열린다. 비디오 설치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치미술의 범위를 넓혔고, TV와 컴퓨터, 과학기술을 동원하는 그의 작품은 현대 미디어아트의 흐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다산 정약용, 1997, Single?channel video sculpture with 9 monitors and various objects, 149 x 126 x 53 cm[리안갤러리·헤럴드DB]
백남준, 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 Marat, 1989, lithography, etching, 70.2 x 52.4 cm [리안갤러리·헤럴드DB]

‘비디오 아트의 거장’, ‘한국이 낳은 최고의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악필로 이렇게 썼다. “나는 자식을 하나도 안 만들었으나, 로보트는 100마리나 만들었다”

세기의 거장, 백남준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두 곳의 갤러리에서 열린다. 지난해 영국 테이트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 이후 국제적으로도 백남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사이,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라 더욱 반갑다. 먼저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은 ‘NAM JUNE PAIK’이라는 전시명 아래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작품, 판화, 페인팅 등 다양한 작업을 소개한다. 특히 백남준의 예술적 파트너였던 샬롯 무어만과 함께 했던 퍼포먼스가 기록된 사진이 출품돼, 더욱 눈길을 끈다.

백남준은 비디오 설치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치미술의 범위를 넓혔고, TV를 넘어 컴퓨터와 각종 과학기술까지 동원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아트에도 큰 영향을 끼친것으로 평가된다. 리안갤러리 서울의 작품은 이같은 확장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TV모니터와 다양한 오브제로 인간의 형상을 만든 로봇작품 ‘볼타(Volta)’〈1992〉가 나왔다. 3대 소형모니터로 얼굴과 입을 만들고, 몸체에 해당하는 구형 TV 케이스 안에 네온으로 ‘V’(볼트)자를 만들어 넣은 비디오조각이다. 볼타는 전지를 개발한 이탈리아 물리학자 알렉산드로 볼타의 이름을 땄다. 전압의 단위인 V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런가 하면 새천년을 맞아 열렸던 ‘DMZ 2000’ 공연에서 선보였던 첼로와 월금 대형 비디오조각을 변주한 ‘호랑이는 살아있다(Tiger lives)’〈2000〉도 나왔다. 1996년이후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백남준은 아이의 낙서처럼 단순한 호랑이를 그리는 모습이 영상으로 나온다. 호랑이 다큐멘터리, 민화속 호랑이 모습이 짧게 편집돼 지나간다. 한민족의 모습을 호랑이에 투영한 것이다.

회화작품에서는 한국의 오방색과 색동을 TV의 컬러바로 활용한 것이 여러차례 반복된다. 사람 얼굴 같은 간단한 이미지와 한글과 한자 등 문자도 자주 등장한다. ‘진화, 혁명, 결의(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1989)는 구형 TV와 라디오 케이블을 이용한 높이 3m의 비디오 조각 ‘혁명가 가족 로봇’ 시리즈를 판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각각의 로봇은 마라(Marat),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 당통(Danton), 디드로(Diderot) 등의 제목이 붙어있는데, 이들은 모두 프랑스 혁명과 관련되어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던 인물들이다. 로봇 이미지에는 ‘암살’(마라), ‘혁명은 폭력을 정당화하느냐’(로베스피에르), ‘웅변’(당통) 등과 같이 인물의 특성과 관련된 문구가 적혀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컬렉터 시절부터 백남준을 가장 좋아했다며, 백남준의 가치를 한국인들이 제대로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화랑인 가고시안 갤러리가 55만 달러(약 5억 9000만원)에 내놓는 백남준 작품을 우리 시장에서는 20만달러(2억1700만원) 아래에서 거래된다”며 “우리가 스스로 백남준의 가치를 높이고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6일까지.

그런가 하면 한남동에서도 백남준의 전시가 이어진다. 청담동 터줏대감이었던 박영덕 화랑은 개관 27주년을 맞아 한남동으로 이전개관한다. 이름도 BHAK(비에이치에이케이)로 변경했다. 이전 기념전으로는 백남준, 이우환, 김창열, 윤명로, 페르난도 보테로 등 그간 박영덕 화랑과 함께 해온 작가들의 작품을 ‘더 히스토리(The History)’라는 주제로 엮었다.

특히 전시장 1개 층은 모두 백남준의 작품 33점으로 채웠다. 백남준 전담 갤러리스트로 10년 넘게 담당했던 인연 때문이다. 전시에는 백남준이 시인 정지용을 모티브로 제작한 1996년작 ‘정지용’, 1991년작 ‘노스텔지어는 확장된 피드백(Nostalgia is Extended Feedback)’ 등 그간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작품이 나왔다. 이외에도 LP판에 그림과 숫자, 한자를 채워넣은 작품, 종이에 크레용으로 물고기, 사람얼굴, 집 등을 그려넣은 회화 등 인간 백남준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청담동으로 이전하면서 박영덕 화랑은 2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박영덕 화랑은1990년대부터 미국 시카고, 마이애미, 프랑스 피악, 독일 쾰른 아트페어 등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국내 작가를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아버지에 이어 화랑을 이어가는 박종혁 대표는 “시대가 흘러도 갤러리와 아티스트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꾸준히 변화해 생존해야한다는 것이 다르다”며 “이전한 새 공간에서 신진작가, 원로작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밸런스를 조절하며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미술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했다. 백남준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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